“성공한 K팝 아이돌은 고척돔으로 가잖아요. 저에겐 세종문화회관이 고척돔 같은 곳이에요.”
소프라노나 피아니스트가 한 말이 아니다. 래퍼 창모가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관객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래퍼 최초로 3022석 규모인 이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 ‘창모: 더 엠퍼러’를 열었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관현악단과 협연하면서 종합 예술의 상징적 무대인 세종문화회관을 현란한 조명이 반짝이는 클럽으로 바꿨다.
피아니스트 꿈 품었던 래퍼, ‘황제’ 연주
세종문화회관은 한국에서 가장 큰 클래식 음악 공연장이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해, 한국 공연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성도 있다. 이 공연장과 창모는 지난해부터 힙합 공연을 기획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만남을 더 넓은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뜻이 통했다. 창모는 직접 만든 곡 ‘메테오(Meteor)’로 2019년 멜론 등 국내 음원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던 래퍼다. 어렸을 적 가정 형편으로 인해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은 포기했지만 랩과 함께 작곡, 편곡을 계속했다.
공연은 세종대극장에 관객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베토벤 교향곡 '운명'과 별빛으로 수놓은 비주얼 아트가 개막을 기다리는 관객을 맞았다. 막이 열리자 피아노 앞에 앉은 창모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붉은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다. 객석에서 “와” 탄성이 터졌다. 여느 클래식 공연장과 달리 힙합 스타일의 검은 옷차림을 한 20대 남성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탄성은 포효같아 위압적이었다.
창모는 첫 곡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서주를 악단과 함께 2분간 연주했다. 강약 표현이 다채롭진 않았지만 힙합 특유의 거침없는 운율감을 살리거나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짧게 쉬어가는 방식이 피아노로 랩의 플로우(흐름)를 듣는 듯했다. 연주를 소화하는 수준을 넘어 개성을 드러냈다. 드럼을 치듯 빠르게 뱉는 랩엔 “5살 때부터 나는 피아노를 쳤어. 영재였지. 베토벤부터 모차르트 바흐 쇼팽, 선배였지”란 가사가 얹혔다. 공연 중엔 “베토벤 선배가 오스트리아 빈에 묻혀 계셔서 직접 인사드렸다”는 말을 더했다.
발레리나, 그리스 건축, 키타...종합예술의 장
창모는 순수 예술과의 대화를 계속했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이나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의 서주를 악단이 연주하다가 힙합 레퍼토리로 갑작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랩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화음 진행에 맞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힙합 특유의 박자감을 남겼다. 서울시발레단 발레리나 오진주가 나와 랩의 서정성을 신체 언어로 표현했다. 창모가 처음 공개한 신곡엔 서울시합창단의 장엄한 합창이 실렸다.
무대 연출도 종합예술 성격이 짙었다. 조명은 피아니스트가 된 창모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다가 악단으로, 이어 객석으로 옮겨가며 무대의 범주를 확장했다. 창모도 “여러분은 관객이 아니라 악기”라거나 “신곡에 객석 목소리도 넣는다”고 강조하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깼다. 창모가 직접 키타(건반이 달린 기타)를 연주할 땐 록 콘서트 분위기가 났다. 무대 배경은 미디어 아트로 담은 그리스 양식 기둥과 거인 조각상으로 채워 엄숙함을 더했다.
힙합이란 본질은 지켰다. 창모는 “이 피아노가 3억원짜리래요, 페라리 1대 값”이라며 힙합의 스웩(스스로를 뽐내는 문화)을 표출했다. 깜빡이는 조명은 힙합 클럽을 재현했다. 고풍스러운 공연장 모습에 위축돼 보였던 관객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함성을 내지르며 아티스트와 어울렸다. 공연 후반부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힙합 특유의 손 제스처를 내민 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플래시를 켠 스마트폰으로 별빛을 연출하는 건 덤이었다.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을 즈음 창모는 앙코르로 베토벤 ‘황제’를 다시 연주하며 대선배를 예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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