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만류에도…전통주의 가톨릭단체, 무단 주교 서품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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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가 지난달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새로 임명된 대주교들에게 팔리움(미시 집전시 두르는 고리 모양 흰색 양털 띠)을 수여하고 있다. 2026.07.01 [바티칸=AP/뉴시스]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달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새로 임명된 대주교들에게 팔리움(미시 집전시 두르는 고리 모양 흰색 양털 띠)을 수여하고 있다. 2026.07.01 [바티칸=AP/뉴시스]
전통주의 가톨릭 단체 ‘성 비오 10세회(SSPX)’가 1일 레오 14세 교황의 만류에도 신임 주교 서품식을 강행했다. 성 비오 10세회는 1962~1965년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화 개혁에 반발해, 1970년 프랑스 출신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가 스위스에서 세운 단체다. 이들은 라틴어 전통 미사를 고수하는 등 엄격한 전통주의를 표방해 왔다. 또 개신교와 정교 등 다른 교파와의 화합을 추구하는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즘)도 거부해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성 비오 10세회는 이날 스위스 에콘 신학교에서 교황 승인 없이 신임 주교 4명을 임명하는 서품식을 거행했다. 5시간 동안 라틴어로 진행된 이날 예식엔 각국에서 온 전통주의 신자 1만65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1988년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직을 수락한 뒤 파문당한 알폰소 데 갈라레타 주교가 주례자로 나섰다.

가톨릭 교회법상 교황의 승인이 없는 주교 서품은 교회 분열 행위로 간주돼 파문될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날 “교황의 승인이 없는 주교 서품은 가톨릭 신앙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극도로 무거운 죄”라며 서품식 강행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성 비오 10세회는 예식 직전 성명을 통해 “이번 서품은 가톨릭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의무”라며 “바티칸의 징계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AP는 “가톨릭 내부 분열의 심화는 교회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레오 14세 교황 취임 후 최대 리더십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성 비오 10세회는 세계 75개국에 걸쳐 사제 750여 명, 평신도 50여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9일에도 바티칸의 승인 없이 스위스 에콘 신학교 인근에서 사제 5명, 부제 3명의 서품식을 단행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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