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마지막 선물 ‘조문 외교’… 트럼프, 젤렌스키 독대후 “러 제재 필요”

1 week ago 10

[프란치스코 교황 영면]
‘백악관 충돌’ 두달만에 15분 회동… 트럼프, 관세 갈등 EU 수장도 만나
푸른 정장에 넥타이, 살구색 스타킹… 트럼프 부부 ‘조문 패션’ 두고 뒷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시작되기 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키스 켈로그 미국 백악관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는 자신의 X에 이 사진을 게재하며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란 성경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했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시작되기 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키스 켈로그 미국 백악관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는 자신의 X에 이 사진을 게재하며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란 성경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했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선 ‘조문 외교의 장’이 펼쳐졌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등 세계 정상급 인사 81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포함해 대표단을 파견한 나라는 총 170여 개에 이른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장례 미사에 앞서 15분간 독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올 2월 말 이른바 ‘백악관 충돌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에서 두 정상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좋은 회동이었다”라고 썼다.

백악관 관계자도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은행 (관련 제재) 또는 ‘2차 제재’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메시지가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두 정상과 마크롱 대통령, 스타머 총리 등 4명이 함께 만나는 사진도 공개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후(戰後) 안보를 위한 비공식 협의체 ‘의지의 연합’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관세 문제 등으로 갈등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악수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복장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바티칸 복장 규정에 따르면 장례 미사 때 남성은 어두운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푸른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했다. 멜라니아 여사도 검은색이 아닌 다리가 비치는 살구색 스타킹을 신어 입방아에 올랐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정책 등을 둘러싸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여러 차례 맞부딪쳤지만, 이날 미사에선 귀빈석 맨 앞줄에서 교황의 관이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평소 “부동산에서도, 정치에서도 자리가 전부”라는 지론을 펼치며 공식 행사의 자리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바티칸 의전 관례상 프랑스어 알파벳 표기순으로 자리를 배치해야 하지만, 교황청은 전통을 깨고 막판에 자리 배치를 바꿨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한편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각하는 바람에 조문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25일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존경하는 스페인 경제학자의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느라 출발이 2시간 연기돼 교황의 관이 닫힌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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