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 '각세종', 하이퍼스케일 전쟁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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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MS·메타, 1000억 달러대 AI센터 투자…데이터센터 1000곳 돌파”
“네이버클라우드, GPUaaS로 ‘AI 인프라 자립’ 가속…각세종서 하이퍼클로바 학습”
“전력·인력·투기 과열 삼중 병목…‘AI 데이터센터 보릿고개’ 올 수도"

네이버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 '각세종' 내부 서버실./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 '각세종' 내부 서버실./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전 세계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립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축구장 수십 개 규모 부지에 수천 대 이상의 서버를 두고 초거대 인공지능(AI) 학습·추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인프라를 뜻한다. 아마존은 인디애나에 2.2기가와트(GW)급 AI 단지를,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AI센터를 짓고 있다. 메타와 구글도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설비를 확충 중이다. 국내에서도 통신 3사의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올해 1조8000억 원대로 전망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GPU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모델을 중심으로 AI 인프라 확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GPUaaS는 필요한 시점에 GPU 연산 자원을 임시로 임대해 쓰는 구조로, 기업 고객이 고가 GPU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AI 학습과 추론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운영 기술력’과 ‘자원 효율성’으로 빅테크와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생성AI가 만든 ‘하이퍼스케일 시대’…각세종은 AI 플랫폼의 실험장

27일 네이버클라우드는 세종시에 위치한 자사 데이터센터 ‘각세종’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2023년 운영을 시작한 각세종은 네이버의 AI 인프라 철학을 상징한다. 총 8만9000평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로, 현재 10만 대 서버가 가동 중이다. 이 중에는 엔비디아 A100 GPU 2240개가 탑재돼 있으며, 최대 33페타플롭스(PF)에 달하는 연산 능력을 갖춘 고성능컴퓨팅(HPC) 슈퍼컴퓨터도 운영된다. 성능 기준으로 국내 2위급이다.

이날 서버실이 위치한 각세종 북관에 들어서자 섭씨 26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수만 대의 서버가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관제센터에는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서나 볼 법한 초대형 스크린에 전력사용량 등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었다.

네이버의 AI 플랫폼은 이 곳에서 모델 개발부터 학습·추론·서빙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잇는 통합 구조로 작동한다. 하이퍼클로바(HyperCLOVA) 학습과 운영이 모두 같은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며 GPU 자원 배분, 모델 관리, 스케줄링이 자동으로 제어된다. 개원 이후 ‘하이퍼클라우드X’, ‘디지털 트윈’ 등 네이버의 주요 AI 기술이 모두 이곳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날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통합센터장은 "네이버클라우드의 최대 강점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서비스 제공에 가장 트렌디하다는 것"이라며 “실제 네이버 서비스 워크로드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GPUaaS를 통해 정부, 엔터프라이즈, 글로벌, 중소기업(SMB)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정부의 ‘GPU 1만 장 확보 사업’에서 3000장 공급 실적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삼성SDS 컨소시엄과 함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노 센터장은 이날 각세종의 2차, 3차 확장 계획을 끝마쳤고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시공에 들어가 27년과 29년에 각각 서버 증축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 생성형 AI 확산은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예컨대 챗GPT3의 학습 데이터는 45테라바이트(TB), 파라미터는 1750억 개에 달하며, 이를 돌리기 위해 엔비디아 HGX A100 서버 약 3600대와 총 2만8900개의 GPU가 요구된다. 메타는 지난해 공개한 AI 클러스터에 H100 GPU 2만4576개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1000개를 돌파했다. 2018년 말 430여 개였던 규모가 불과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력·인력난·투기 과열…“AI 성장 속도, 인프라 못 따라가”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사 데이터센터 '각세종'에서 27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왼쪽은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통합센터장, 오른쪽은 이상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사 데이터센터 '각세종'에서 27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왼쪽은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통합센터장, 오른쪽은 이상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이날 현장에서는 전력 규제와 인력난, 투기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상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각 세종을 23년 11월에 오픈했지만 이미 포화 상태로, 2차·3차를 동시에 짓는 것은 처음”이라며 “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투자비가 급등하고, 인력은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상면 공간이 빠르게 부족해지고 있다. 이 CIO는 클라우드 사업은 본래 수요 예측이 어려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가 국내 데이터센터의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데이터센터 투기 과열로 인해 인건비 등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춘천과 세종은 인구 소멸 지역"이라며 “수도권 전력 규제로 지방으로 유도되면서 인프라와 인력 확보 모두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불균형은 제도 환경과 맞물린다. 지난해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법’은 10메가와트(MW)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은 의무적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해 수도권 신규 센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9년 41.5GW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원전 30기 분량이다.

반면 해외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적극적이다. 인디애나주 의회는 최근 아마존의 2.2GW급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해 50년간 판매세 감면 혜택을 승인했다. 소비자·환경 단체인 ‘시티즌 액션 코얼리션’에 따르면 이는 최대 40억 달러 규모의 절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카운티 차원의 재산세·기술세 감면까지 포함하면 총 35년간 약 80억 달러의 세금 혜택이 제공된다.

실제 지난 7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첫 AI 관련 시설 행보로 각세종을 찾은 자리에서도 당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고위 관계자들이 전력규제와 각종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네이버클라우드관계자는 “AI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온다”며 “데이터·반도체·전력까지 자력으로 AI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나라에서 규제가 보다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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