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시대, 민중의 한과 신명을 칼끝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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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굴곡진 시대, 민중의 한과 신명을 칼끝에 새기다 작고 40주기 오윤 작가 기획전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판화 원판·습작 300여점 공개 오윤의 '도깨비'(1985).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여덟 도깨비가 한데 어우러져 봉산탈춤을 춘다. 어떤 이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꽹과리와 북을 두드린다. 씨름을 벌이는 도깨비도 있고, 한쪽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이도 있다. 도깨비의 머리와 몸 주변으로는 굽이치는 곡선이 뻗어나간다. 몸 안의 기가 밖으로 솟구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흥과 신명이 화면 전체로 퍼져나간다. 민중미술 대표 작가 오윤의 1985년작 '도깨비'다.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자료 기획전 '오윤'에서 만날 수 있다. 가로 207㎝에 달하는 대형 판화로, 작가 특유의 힘찬 선과 역동적인 형상이 돋보인다. 작품 옆에는 판화 원판도 놓였다. 원판에는 완성된 판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칼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칼끝이 지나간 방향과 힘의 강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원판 속 도깨비들의 모습은 더 강렬하고 생기 넘치게 표현돼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작고 40주기를 맞아 열렸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2024년 오윤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자료 860건 중 판화 원판, 습작, 드로잉, 노트 등 자료 300여 점을 선별했다. 작가의 작품 31점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1979년 민중미술운동의 모태가 된 '현실과 발언'의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불교와 동학, 증산 등 한국의 전통사상과 굿, 춤, 탈춤과 같은 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이를 자신의 판화 언어로 풀어냈다. 1980년대 중반 민중의 삶과 전통문화의 생명력을 결합한 작업으로 절정에 이르렀지만, 1986년 첫 개인전을 연 뒤 같은 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마흔의 젊은 나이였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김지하의 '오적', 박경리의 '토지' 등 그의 판화가 책 표지가 된 자료들도 눈길을 끈다. 표지가 된 판화 작품들과 판화 원판이 전시된다. 오윤은 생전에 45권의 도서에 표지화와 표제화, 삽화로 참여했다. 그가 그린 표지화의 책들은 주로 농민과 노동자, 도시 빈민과 농촌 어린이의 삶, 항일운동과 민주화 등의 문제를 다뤘다. 어머니와 아이를 그린 작품들은 작가가 대학생이던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1983년작 '대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를 통해 삶을 지키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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