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토모코 '페로탕 개인전'
무질서 속 치밀한 조형적 계산
마구잡이로 그린 듯한 화면 속에는 정교한 질서와 체계가 숨어 있다. 귀여운 캐릭터들 사이로 문득 낯설고 이질적인 긴장감이 감돈다. 서울 도산대로 페로탕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작가 나가이 토모코(44) 개인전 풍경이다.
'빛의 종이접기와 양배추색 커튼'이라는 다소 비밀스러운 제목을 단 전시는 토끼와 부엉이, 인형, 장난감과 잡동사니가 가득 찬 책장 등이 한데 뒤섞여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렸을 때의 기억과 경험을 중심으로 작업을 시작한다"며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동화 같은 귀여움의 이면에는 치밀한 계산과 건축적 사고가 배어 있다. 작가는 "모든 작품은 먼저 큰 골조를 세우고 그 위에 작은 요소들을 올리는 방식으로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업은 일본 전통 회화에서 도드라진 평면성이 돋보인다. 3차원적인 공간의 깊이를 만드는 대신, 평면 위에 소품과 동물, 인물들을 차곡차곡 겹쳐 놓듯 배치한다. 특히 원근법이나 현실의 크기감을 과감히 무시한 구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방 안의 카펫, 체크무늬 바닥 등은 화면 위쪽을 향해 수직으로 서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작가는 "옛 그림에서 다다미가 벽처럼 서 있는 구도가 무의식 중에 내 그림에도 투영된 것 같다"며 "이를 통해 일상적이지 않은 낯설고 기묘한 느낌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화면에 어색함과 긴장감, 불안한 심리가 감도는 이유기도 하다.
작품 곳곳에 흩뿌려진 빛의 덩어리는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희망의 빛' 같은 감각을 형상화한 결과물이다. 전시 제목에 '빛의 종이접기'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는 27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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