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포렌식과 추적 수사기법의 발전, CCTV 등 기술의 고도화로 범인이 빠르게 검거되면서 연쇄살인 같은 굵직한 사건에서 프로파일러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됐다. 하지만 성범죄, 학대 같은 사건은 목격자가 없거나 신고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되레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신간 '인터뷰 룸'은 20년 경력의 프로파일러 최규환이 수사 현장에서 마주한 진술의 세계를 들여다본 기록이다. 충남경찰청 형사과 소속 프로파일러로 활동해 온 저자는 1000명이 넘는 범죄자와 피해자를 인터뷰하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의 말 속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한다.
책은 아내에게 독극물을 먹여 살해한 보험 사기 사건, 직장 상사의 강제추행을 주장했으나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 등 프로파일링을 통해 진실을 찾아낸 여러 사건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제목 '인터뷰 룸'은 경찰서 내 조사 시 진술 과정을 기록하는 '진술 녹화실'을 뜻한다. 저자는 범죄 수사에서 진술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설명하면서, 서로 상반된 주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실제 본인이 맡았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진술분석 과정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말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건, 기억이 왜곡되거나 감정이 개입된 진술,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려는 범죄자의 언어 등을 분석하며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추적한다. 가령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직장 상사가 내 몸에 손을 댄 채 꽉 쥐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본인의 통증이나 신체적 감각에 대한 진술이 없다는 점에서 무혐의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책의 미덕 중 하나는 단순한 범죄 이야기를 넘어 일상적인 소통에도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흔히 거짓말을 할 때 시선을 피하거나 말을 더듬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심리와 언어의 패턴이 작동하므로 진술의 내용과 구조, 감정의 흐름, 기억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진술을 통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기억과 심리 그리고 진실의 본질을 탐구하는 행위인 셈이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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