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규모 후순위채 상환
사측 "자본확충 후 재추진"
보험사 채권시장 냉각 우려
금융당국의 제지에도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려던 롯데손해보험이 조기상환을 보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향후 자본을 확충해 상환 요건을 갖춘 뒤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2일 롯데손보는 당국에 조기상환 계획을 미루겠다고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롯데손보 측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후순위채 중도 상환을 검토했지만 금융감독원과 논의한 결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자본을 확충해 중도 상환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8일로 예정된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었으나 당국에서 승인하지 않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가 후순위채 상환을 위해선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하는데, 롯데손보는 채권 상환 이후 해당 비율이 150%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여력 비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험사 건전성 판단의 핵심 지표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의 반대에도 투자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해 상환하려 했으나 결국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채권 투자자 명부를 보유한 한국예탁결제원이 금감원 승인 없이는 명단을 전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손보의 자본 확충 방안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손보 측은 투자자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해결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콜옵션 행사 무산이 채권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지급여력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기일이 다가와서다. 아울러 채권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2년 흥국생명이 채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을 때처럼 시장 전체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