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기초수급가정의 다자녀 가장이 평소 폐지를 팔아 모은 돈과 라면 등을 어려운 형편의 아이 가정에 전달해달라며 익명으로 기부했다.
3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8분께 덕천지구대 앞에 한 남성이 종이 상자를 놓고 갔다. 상자 안에는 손 편지와 함께 라면 한 박스, 천원짜리 지폐 35매, 어린이용 바람막이 점퍼가 있었다.
손 편지에는 자기를 ‘세 아이 아빠’로, 첫째는 장애 3급, 기초수급자 가정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한 달 동안 열심히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이라며 적혀있었다.
이어 “힘들게 모았지만, 금액이 많지 않아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폐지를 판 돈으로 과자를 사려고 하니 금액이 모자라 라면 한 박스와 아기 바람막이 옷을 샀고 남은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맛있는 치킨이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자를 못 사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바람막이 옷 입고 밖에 나가 뛰어놀고 웃었으면 한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경찰이 지구대 폐쇄회로TV를 보니 한 남성이 상자를 놓고 황급히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세 아이 아빠’라는 이름으로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같은 방식으로 12번이나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남성의 바람대로 기부금품을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지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