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빈 표준인증안전학회 학회장·세종대 교수우리나라는 그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로 성장해 왔다. 비록 세계 최초의 제품을 개발한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새로운 제품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생산해 수출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략에 더해, 인류 최초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선도자(first mover)'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미 반도체, 휴대폰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선도자가 되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 두 가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제표준화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세계 시장에서 공인받지 못하면 사장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해 왔다. 세계 최초 제품 개발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 기업들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기술 개발과 동시에 표준화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국제표준화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이미 제정된 표준을 활용하는 데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표준화 활동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여년간 로봇 분야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신기술 개발과 표준 마련을 병행하는 것은 신제품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0년대 초 로봇청소기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성능평가 표준이 마련되면서 우수한 제품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 이는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약 10년 전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동로봇이 등장했을 때도 관련 안전 표준이 제정되면서 산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안전 방책 내에서만 가능했던 작업 환경이 크게 확장됐으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협동로봇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표준은 기술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시장 형성과 확산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최근에는 인간형 로봇,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안전 표준, 성능 평가 기준, 데이터 표준 등도 이제 막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가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 분야 표준화 전략이 마련되고, 차세대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로봇 분야 ISO 및 IEC 국제표준화 활동에 우리나라는 20년 이상 참여하며 기반을 쌓아왔다. 특히, 서비스로봇 분야의 표준화는 우리나라가 2003년에 처음으로 제안했으며, 현재는 로봇 어휘 및 특성 그룹과 의료 로봇 그룹, 그리고 청소 로봇 성능평가 그룹의 컨비너를 수임하는 등 서비스로봇 표준화를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계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해오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와 경험이 산업 전반의 국제표준 주도권으로 충분히 확장됐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국제표준화 활동 참여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기도 하다. 인류에 유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성 있는 제품을 안전하고 호환성 있게 사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표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빠른 추격자 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국제 표준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러왔던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 기업이 기술 개발과 함께 표준을 만들며 사회로부터 존중받을 때, 우리 기업은 활용에 치중함으로써 그만큼의 존중을 얻지 못한 측면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려면, 국제표준화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를 통하여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 규범인 표준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걸맞은 존중과 영향력을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문승빈 표준인증안전학회 학회장·세종대 교수 sbmoon@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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