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된다"…강남 아파트 매수자·매도자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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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매수자와 매도자의 '동상이몽'으로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다. 매수에 나섰던 이들이 대출 규제로 인한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서는 가운데 매도에 나선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되레 매물을 거둬들이고 나섰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아파트 거래량은 2691건으로 6월 1만1885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큰 폭의 증가세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동상이몽만 심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면서도 "그렇다고 호가가 내려가진 않는다. 오히려 집주인들이 매도를 보류하면서 매물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8억원대 현금이 있어야 매수에 나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갭투자가 막히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강남구 대치동 B 공인중개 관계자는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니 매수자도 줄어들고, 결국 기다리다 보면 가격이 낮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에 관망으로 돌아선 고객들이 다수 있다"며 "규제 이전과 비교하면 매수 문의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관망으로 돌아섰지만, 집주인들은 요지부동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이 다가오는 만큼, 잠깐의 관망세가 끝나면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B 공인중개 관계자는 "급매물의 경우 호가가 1억원 안팎으로 낮아지긴 했다"면서도 "처분이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격을 내리진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헐값에 파느니 자녀에게 증여하겠다며 매물을 거두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620건으로 한 달 전 7만4779건에 비해 1.1% 증가했다. 하지만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6641건에서 6009건으로 9.6% 급감했고, 서초구도 5139건에서 4860건으로 5.5% 줄어드는 등 강남권에서는 매물이 감소했다. 송파구도 한 달 전에 비해 아파트 매물이 3.5% 줄었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올해 상반기에도 강남구 336건, 서초구 235건, 송파구 253건 등 서울에서 증여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에서는 '핵심지역 수요는 결국 오른다'는 시장의 경험으로 인해 매도보다 보유·증여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압력과 공급 부족 우려 등이 겹치면서 향후 증여를 선택하는 흐름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집값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0.16% 오르면서 2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 3구 모두 상승을 유지한 가운데 서초구(0.28%)와 송파구(0.43%)는 서울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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