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낮춰 1800원대 될듯… 공공요금 묶어 물가잡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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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150원 인하]
고환율 지속-중동 불안 불씨 여전… 장마-폭염 본격화에 먹거리도 들썩
하반기 물가 안정 예산 1조 투입… 정부, 쓸 수 있는 정책수단 총동원
전문가 “단기처방… 확장재정 재고를”

정부가 26일 석유 최고가격을 150원 인하한 것은 국제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환율에 따른 물가 불안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유소 기름값은 L당 2000원대에서 다음 주 초중반부터 1800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 1조 원 규모의 민생 물가 안정 방안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다만 중동 정세가 언제든 다시 불안해질 수 있고 이상기후에 따른 먹거리 가격 상승 등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가 많아 하반기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국제유가 안정에도 최고가격제 유지

26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석유 최고가격은 인하하되 최고가격제는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됐고,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중동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불거지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 부총리는 “중동전쟁 종전 MOU 체결 이후 후속 협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며 “중동전쟁과 우리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현재 시행 중인 비상 대응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25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선박 피격 사건의 영향으로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5.26달러로 전장 대비 2.06% 올랐다. 전날까지만 해도 종전 협상 진전으로 중동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 선박 피격 소식에 다시 상승하며 지정학적 위험이 주목받았다.

석유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주유소는 여기에 세금, 유통비, 마진 등을 더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정한다. 3월 13일 제도 시행 이후 3월 27일 2차 조정 때 현재 가격(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이 정해진 뒤 3개월여간 동결됐다.● 환율-폭염, 하반기 물가 관리 주요 변수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필수 생계비 지원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체감 물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550원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원유뿐 아니라 각종 원자재, 곡물, 고기, 사료 등 수입 물가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와 폭염이 시작되면 농축수산물 생산 차질로 먹거리 가격이 다시 뛸 수 있다. 달걀, 닭고기, 채소류 등 생활 밀접 품목은 이미 가격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여름철 이상기후까지 겹칠 경우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으로 추가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6월 1∼25일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5236원으로 1년 전(3786원)보다 38.3%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할인 지원과 공공요금 관리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율과 국제유가, 기후변화 같은 대외 변수까지 상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나오는 정부의 물가 대책은 단기 처방인데, 국제유가가 확실히 잡힌 것이 아닌 데다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고환율 문제도 있어서 물가 하락 효과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미미하다고 본다”며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확장 재정 기조부터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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