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더 큰 '상생' 온다…다가오는 대선에 떨고 있는 금융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01/news-p.v1.20250501.8d48e0f0a50543e095ef3efeb4991ee3_Z1.jpg)
금융권이 떨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권의 상생과 소비자 보호, 주주 환원 등 금융권의 부담이 될 각종 법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해체, 금융감독원의 분리 등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크게 흔드는 조직개편안 논의까지 겹치면서 금융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은 물론이고 여신업, 금융투자업, 핀테크 업계까지 업권 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는 국회에 전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디지털 전환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우리나라 금융이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상생' 압박에 정책건의는 엄두도 못 내는 금융권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 각 협회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에 이렇다 할 정책 건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각 업권마다 쌓인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는 커녕 '민생'과 '상생'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숨을 죽인 형국이다.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등 각계각층이 정책 건의를 이어간 것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한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말부터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은 모두 동력이 꺾인 것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저마다 '상생'을 강조하면서 의원은 커녕 보좌관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건의사항은 대선 이후나 정부 조직 개편 이후에나 논의하자면서 줄줄이 퇴짜를 놓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한 은행법 개정안은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가산금리에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를 넣을 수 없도록 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은행권 반발에 교육세 등 일부 내역을 제외됐지만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법상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금 등은 제외하고 있다.
카드업계도 마찬가지다.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라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올해 추가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반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문제까지도 문제삼고 있다. 카드사 노조까지 나서 잘못된 인식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다. 도리어 병·의원을 포함한 요양기관에도 신용카드 법정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발의되기까지 했다.
이렇다보니 침체된 카드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제도와 같은 업권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종지업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나 핀테크 기업 등에도 지급계좌 개설과 함께 간편결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 회기 민주당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렇다 할 논의 없이 폐기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과 관련한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모든 논의를 집어 삼키고 있다.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상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두고 금융위는 물론 금감원의 주요 공직자까지 너나할 것 없이 말을 보태면서 증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나마 금융투자업계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언급한데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제부처 개편안에 컨트롤타워 조차 오리무중
더 큰 문제는 금융정책을 총괄할 부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재편은 이제 차기 정권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경제정책조직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파트와 통합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나누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1일 '금융감독 체계 개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정무위 소속 위원 전부가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릴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은 차기 정권의 주요 개편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할 금융위 역시 업권의 개별적인 요구 사항에는 귀를 기울일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한 정책을 마저 추진하는 일 조차도 버거운 처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같은 일부 정치권 구미에 맞는 법안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추가적인 검토를 할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당장 모든 국과장 등 실무자도 자기 미래를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불안한건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소관 부처가 바뀔 가능성은 물론 지방 이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금융위 소관 기술보증기금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대규모 이관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은행이나 신보 등 실물경제와 밀접한 금융 공기업의 실물 경제 부처로 이관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