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기자의 책에 대한 책] "책방에서 일하면…책 읽을 시간이 있을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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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기자의 책에 대한 책] "책방에서 일하면…책 읽을 시간이 있을 줄 알았죠"

입력 : 2026.05.01 16:49

손님 한 명도 없는 '제로 데이' 견디는 책방지기 삶

사진설명

공덕역과 애오개역 사이에 위치한 '푸른약국'은 그냥 약국이 아니다. 약국 안에서 책도 판다. 이름하여 '아직 독립 못한 책방', 줄여서 '아독방'이다. 현직 약사인 박훌륭 대표가 약국과 책방을 겸업하면서 유명해졌다. 약은 몸의 병을 치료하고 책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니 박 대표는 두 개의 약을 파는 셈이다.

신간 '동네책방 지속탐구'에서 저자 한미화는 동네책방 곳곳을 여행하듯이 들여다본다. 단순한 동네책방 순례기는 아니고 동네책방의 사회적 의미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완성도 높은 취재력, 직접 촬영해 기록한 사진, 책의 의미를 사유하는 문장이 빛난다.

책방지기를 둘러싼 오해는 이렇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뒤적이며 손님을 기다리다가 '한 권 팔고, 두 권 팔고' 하는 우아한 직업. 하지만 저자가 만난 책방지기들은 정반대로 말했다.

"책방에서 일하면 책 읽을 시간이 있을 줄 알았어요."

매일 100종 안팎의 도서가 입고되고 반품량도 만만치 않으니 책방지기는 육체노동이다. 손님이 한 명도 찾지 않는 '제로 데이' 공포도 견뎌야 한다. 무슨 일이든 '일'이 되면 사랑할 수만은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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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운명은 둘 중 하나다. 유명해지거나, 문을 닫거나.

그래서 책방지기는 언제나 자기 갱신을 도모한다. 본인만의 큐레이션으로 책의 가치를 다르게 전하고 그 공간만의 특색을 손님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독자에게 알맞은 책을 선물하듯이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책과 음료를 연결하거나, 북스테이 등 공간 비즈니스로 진화한 전국 동네책방도 소개된다.

원주 터득골북샵은 숲속 카페로 브런치 메뉴를 운영 중이다. 치악산에서 백운산, 미륵산으로 이어지는 책방 유리창의 능선은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제주 일년서가는 괴산 숲속작은책방, 통영 봄날의책방, 강화 국주와주걱책방이 함께 세운 팝업책방으로 '1년만 하겠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일년서가로 정해졌고, 1년이 지나자 그대로 끝내기 아쉬워 새 파트너들이 모여 '시즌2'를 시작했다. 경의선숲길의 서점리스본은 라디오 PD였던 책방지기의 능력을 살려 '초대 손님'이 사연도 읽어준다.

저자는 동네책방을 이렇게 말한다. "오프라인 서점은 종이책이 지닌 가장 강력한 매체적 특징을 보여주고, 아날로그 공간이 주는 긍정성을 서비스하며, 소수의 독자가 찾는 특별한 곳이다. 독자 입장에서 지역서점, 중형서점, 동네책방은 모두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자에 따라 존재 의의도 달라진다."

책방지기들은 살아남기 위해 지금도 책을 팔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책방지기의 운명은 기다림이지만, 그 기다림의 가치는 결코 무력하거나 무용하지 않다. 책방 문을 우리가 열 때 세상이라는 책도 함께 열린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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