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34〉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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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앞서 RE100 산업단지 조성이 기후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생존을 좌우할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전환의 신호탄'이자 '게임체인저'로 제시했다. RE100이 에너지 및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하는 시급한 과제였다면,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인더스트리 5.0과 인공지능전환(AX)은 그다음 단계 그리고 이와 동등하게 심오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산업 지도를 재편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적 흐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인더스트리 4.0은 효율성과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제조 공정에 통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며 생산성 향상에 지대한 기여 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 지속 가능성과 인간 요소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늘 따라붙었다.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 우려와 근로자의 가치 저하 문제도 제기되었다.

여기서 인더스트리 5.0이 등장한다. 이는 인더스트리 4.0의 기술적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선 새로운 원칙과 가치를 제시하는 보완적 개념이다. 기계의 효율성과 정확성에 인간의 창의성, 개인화 능력, 비판적 사고를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팬데믹,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서 비롯되었으며, 202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개념이 확산되었다. 인더스트리 5.0은 '주주 가치'에서 '이해관계자 가치'로의 전환을 지향하며 이는 산업의 목적이 단순히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 전체의 복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인더스트리 5.0은 세 가지 핵심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 인간 중심(Human-centricity)이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증강하여 인간과 기술이 공생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업무는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 공감 능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는 근로자의 안전, 복지, 직무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지루하고 위험한 일자리를 더욱 의미 있고 지적으로 자극적인 역할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인더스트리 5.0이 핵심적인 우선순위로 삼는 가치다. 기업이 단순히 환경 피해를 완화하거나 규제를 준수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도록 요구한다. 제품 설계부터 제조, 유통,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 사용, 에너지 효율적인 공정 도입을 포함한다. 목표는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전략에 직접 통합하는 것이다.

셋째,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산업이 위기 상황에서도 원활하게 기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 변화와 혼란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더스트리 5.0은 단순히 위기를 견뎌내는 것을 넘어, 위기를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체계적으로 학습하여 더욱 강해지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 조직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단기적인 효율성 증대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우선시하며, 위험을 줄이고 전반적인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형 공급망을 구축하고 원격 운영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인더스트리 5.0의 핵심 가치들은 단순히 산업적 개념을 넘어,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거대한 메가 트렌드와 취약성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 변화, 노동력 부족, 공급망 교란 등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 프레임 워크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더스트리 5.0의 핵심 가치들은 다시금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산업 지도의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제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들 강력한 동력을 논할 차례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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