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찾은 무용스타 김기민
BBL 15년만 내한공연 주연
"안무 익히려 악기 전부 외워"
"게스트 무용수로서의 제 역할은 발레단이 그린 스케치에 마지막 물감을 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단 명성에 금이 가지 않게 물감을 아름답게 칠하겠습니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사진)은 23~26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랜 꿈이었던 '볼레로'를 출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기민은 세계 최고 발레단으로 꼽히는 마린스키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수석무용수이자 '무용계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수상한 스타 무용수다. 그는 23일과 25일 공연되는 BBL의 대표작 '볼레로'에서 주역인 '라 멜로디' 역을 맡아 무대 중앙에 놓인 원형 테이블 위에서 38명의 무용수에게 둘러싸인 채 독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볼레로'는 BBL 설립자인 모리스 베자르가 작곡가 라벨의 동명 음악에 강렬한 안무를 붙여 역동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특성상 동작 순서를 숙지하는 과정이 까다롭다.
김기민은 "30년 춤을 춘 분들도 순서를 잊어먹을 정도의 작품이라 오케스트라 전체 연주를 외우는 방식으로 타이밍을 조율했다"며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순서대로 나오는 모든 악기를 외웠다. 그렇게 악기를 외우니 춤을 추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린스키에서도 리허설이 한 시간을 넘기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총 3번의 리허설을 했는데 화장실도 안 가고 물도 안 마시고 하루에 3시간씩 연습했다"며 "힘들었지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더하고 싶었고 계속해서 홀에 남고 싶었다"고 준비 과정을 돌아봤다.
BBL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대전 공연 이후 근 15년 만이다. 줄리앙 파브로 BBL 예술감독은 "지난번에는 무용수로 여러분들 앞에 섰지만 지금은 이렇게 예술감독으로, 저희 발레단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국에 찾아오게 됐다"며 "긴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BBL은 23·25일에는 햄릿·불새·볼레로를, 24·26일에는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불새·볼레로를 선보인다. 특히 '볼레로'의 경우 주역인 라 멜로디 역할을 남성 무용수 김기민과 여성 무용수 마리 오하시가 번갈아 가며 맡는다. 파브로 감독은 "테이블 위의 무용수가 여성이면 주변 38명 무용수와의 관계가 에로틱하게 느껴지고, 남성이면 다른 에너지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BL의 유일한 한국 무용수 이민경은 셰익스피어 고전을 재해석한 '햄릿'에서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 역을 맡을 예정이다. 이민경은 김기민의 예원학교 1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민경은 "오필리아라는 여성을 현대 여성으로서 해석을 달리 해보려고 노력했다"며 "이민경이라는 사람은 오필리아라면 어떻게 사랑을 했으며 가족들과 관계를 맺었을까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창단한 BBL은 전통적인 발레 기법에 강렬한 표현력과 독창적인 안무를 더해 현대 발레의 경계를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볼레로' '햄릿'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불새'는 스트라빈스키의 동명 음악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불태워 다시 태어나는 존재이자 혁명과 재탄생의 상징인 불사조를 추상적 춤의 언어로 구현한 작품이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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