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는 기술’에서 ‘막는 기술’로 진화…전기차 배터리팩 안으로 들어간 소화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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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물류시설 등에서 대형 피해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수천 리터의 물을 투입하고도 초반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한 번 열폭주가 시작되면, 셀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인접 셀로 연쇄적으로 번져 일반 화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8일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인천 서구 한 자동차공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동아일보

2024년 8월 8일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인천 서구 한 자동차공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동아일보

이 같은 특성은 전기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용 로봇, 물류 자동화 설비, 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를 사용하는 산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배터리 화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제조사와 부품업계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배터리 안전 기술의 방향이 ‘불을 끄는 기술’에서 ‘불이 커지기 전에 막는 기술’로 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이상 온도를 감지하거나, 배터리팩 외부에서 냉각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화재가 시작되는 지점인 배터리팩 내부에서 직접 대응하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화재가 커진 뒤 진압하는 것보다 셀 단위에서 초기 확산을 억제하는 방식이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배터리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해 주목받는다. 배터리 화재 안전 솔루션 전문기업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소화시스템 ‘ANT’다. 이 기업은 올해 1분기부터 해당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 현재 국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모빌리티용 배터리팩 프로젝트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화재 감응형 캡슐 기반 초소형 자동 소화시스템 ‘ANT’…정전 상황에서도 작동

ANT는 배터리 셀 전체를 화재 감응형 캡슐로 덮는 구조를 지녔다. 덕분에 이상 발열이나 초기 화재 발생 시 소화 캡슐이 터지며, 신속하게 진화가 가능하다. 별도의 전원 공급이 없어도 작동하므로, 정전 상황에서도 초기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은 아이디어나 시험 성능만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연구실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하는 것과 실제 자동차나 산업용 배터리에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제조사마다 셀의 형태와 배열, 냉각 구조, 배터리팩 설계가 모두 다르다. 여기에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소화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장기간 사용해도 동일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 반복 생산 품질까지 확보해야 한다.

ANT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어킴ES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 개발에 착수한 이후 약 10년 동안 소화약제 적용 기술과 제품 구조, 생산 공정,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이어왔다. 특히 실제 배터리 적용 환경에서 고객사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성능 검증 과정을 반복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단순히 화재를 진압하는 성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환경에서도 소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반복 생산에서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지속해서 검증했다.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은 작은 오차 하나가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제품의 크기와 성능, 내구성, 신뢰성, 생산성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만족해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파이어킴ES는 올해 1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 ANT를 국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모빌리티용 배터리팩 프로젝트에 공급하고 있다.

김병열 파이어킴ES 대표는 “ANT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 2016년부터 배터리 화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이어온 결과물”이라며 “고객사들과 오랜 기간 제품 개발과 검증을 반복한 끝에 양산 단계에 들어설 수 있었다. 회사는 이를 계기로 자사의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본격 진입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넘어 로봇·방산까지…배터리 있는 곳이 새로운 시장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 기술의 활용 범위는 전기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동화가 자동차를 넘어 로봇과 산업 자동화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방산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배터리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화재 안전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마다 배터리의 크기와 출력, 운용 환경은 다르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기 단계에서 억제해야 한다는 과제는 공통적이다.

파이어킴ES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모빌리티용 배터리팩 공급을 시작으로 글로벌 로보틱스 분야 고객사와 차세대 로봇용 배터리 시스템 적용을 위한 성능 검증과 적용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여러 기업과 산업별 배터리 시스템에 적합한 제품 개발과 검증도 이어가고 있다.

방산 분야 역시 새로운 적용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최근 군용 차량과 무인체계, 각종 방산 장비에도 고출력 배터리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방산 분야의 운용 환경은 일반 산업보다 훨씬 가혹하다. 고온과 저온을 반복하는 환경은 물론 지속적인 충격과 진동을 견뎌야 하며,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장비 손실을 넘어 작전 임무 수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화재를 초기 단계에서 억제하는 안전 기술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방산 로봇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방산 로봇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파이어킴ES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방산용 배터리 플랫폼 적용을 위한 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고객사의 배터리 규격과 적용 환경, 안전 요구 조건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산업별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안전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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