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걷는 건, 참아줄게"…오만한 광고 '엘리트주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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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1 21:42 수정2026.04.21 21:42

/사진=로빈 미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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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현장 주변에 내건 광고 문구로 논란이 됐다.

21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은 나이키가 보스턴 마라톤에 맞춰 보스턴 뉴베리 스트리트 매장 쇼윈도에 '달리기 환영, 걷기는 참을 만함(RUNNERS WELCOME. WALKERS TOLERATED)'이라고 적힌 문구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나이키가 "마라톤 완주를 위해 걷기를 병행하는 일반 참가자나 장애인 선수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엘리트주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비판 여론에 밀려 해당 문구는 하루 만에 철거됐다.

'Tolerated'라는 단어는 '용인한다' 혹은 '참아준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엘리트 러너들만 진정한 마라토너로 대우하고, 체력적 한계나 부상, 장애 등으로 인해 '뛰다 걷는' 참가자들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배타적 시각이 문구에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틱톡커이자 러닝 인플루언서인 앤디 글레이즈는 자신의 채널에 "사람들의 달리기 속도를 비난하지 말라"면서 나이키의 광고 문구를 풍자했다. 또 다른 러닝 인플루언서인 엘리자베스 로프도 "세상이 이렇게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해롭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러닝 팟캐스트 '백 오브 더 팩'은 "나이키의 엘리트주의적 속물근성"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대신 '저스트 두 베터'(Just Do Better·그냥 더 잘해라)를 실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보스턴 마라톤은 악명 높은 언덕 코스와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세계에서 가장 완주 기록이 느린 대회로 꼽힌다. 이 대회 참가자의 상당수는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뛰기와 걷기를 병행한다.

결국 나이키는 성명을 통해 "보스턴 마라톤 주간 동안 러너들을 격려하기 위해 설치한 표지판 중 하나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철거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고 모든 러너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이키는 2024년 엘리엇 힐 CEO 취임 이후 러닝 부문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힐 CEO는 나이키 러닝 사업 부문이 지난 2월에 마감된 최근 분기에 매출이 20% 증가했으며 "다른 스포츠 종목들이 따라갈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나이키 주가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1년 전보다 약 18% 하락한 반면 S&P 500 지수는 약 38% 상승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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