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의니까…" 배우자 동의 받지않고 부동산 처분은 '경제적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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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명의니까…" 배우자 동의 받지않고 부동산 처분은 '경제적 배신'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부동산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부부 사이라면 당연히 부동산 거래를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남편 명의의 임대차 계약에 아내가, 아내 명의의 매매 계약에 남편이 배우자의 도장과 신분증을 들고 나타나기도 한다. 부부간에는 제3자를 대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정서다.

그러나 부부간에는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될 뿐이다. 이는 부부의 공동 생활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식료품이나 일용품 구입, 가옥의 월세 지급 등 의식주에 관한 사무와 교육비·의료비·자녀양육비 지출 등에 관한 사무에 한정된다. 반면 가옥의 임대나 부동산 매매 계약에는 원칙적으로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간혹 부동산 계약을 일상가사의 범주로 봐 부부에게 연대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지만, 결국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자기 명의의 부동산이라고 해서 배우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경제적 배신'으로 보아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2025므10730)은 부부 공동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해 상대방의 생활 기반을 무너뜨렸다면, 민법이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6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며 함께 재산을 모아온 고령의 부부는, 시대적 배경상 대부분의 부동산을 남편 명의로 하였다. 삶의 터전이었던 주택과 토지가 산업단지 개발에 편입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약 3억원의 보상금 사용처를 두고 아내와 갈등을 빚던 남편은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상금 권리를 장남에게 통째로 증여해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남은 부동산까지 모두 장남에게 넘기는 등 평생 일군 재산 전부를 아내 모르게 처분했다.

하루아침에 안정적 노후와 생활 기반을 잃어버린 아내는 결국 별거를 시작했고, 법원에 이혼과 재산 분할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이것만으로는 혼인이 파탄 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산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재정립했다.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은 결코 명의자 한 사람의 독점적 소유물이 아니며,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이자 배우자 상호 간 신뢰를 유지하는 토대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산을 처음 취득할 때의 비용뿐 아니라 이를 유지 증식하는 모든 과정 역시 부부 협력의 산물로 해석한 부분이다. 60년 동안 이어진 가사노동과 농사일, 내조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 역시 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전제 아래 대법원은 배우자 동의 없는 일방적인 재산 처분에 경종을 울렸다. 정당한 이유 없이 주요 재산을 처분해 가정의 경제적 기반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면, 그것이 곧 혼인 파탄의 결정적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고정관념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부부는 명확한 경제적 공동체다. 재산의 가치는 명의가 아니라 공동의 기여로 평가받는다. 둘째, 눈에 보이지 않는 유지와 증식을 위한 노력도 법적 권리의 토대가 된다. 셋째, 상대방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독단적인 재산 처분은 중대한 유책 사유가 될 수 있다.

물론 배우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의 처분 행위 자체가 당연히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정의 핵심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는 것은 분쟁 예방과 거래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듯하다.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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