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상원이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6회말 만루 위기를 막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박상원(31)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원정경기에 구원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11홀드를 작성했다.
6회말 박상원의 역투로 2점 차 리드를 지킨 한화는 경기 후반 화력을 더하며 KT를 10-0으로 제압했다.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9연승을 달린 한화는 시즌 55승2무33패를 마크하며 1위를 굳건히 했다.
이날 승리에는 박상원의 공이 매우 컸다.
박상원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흐름이 180도 달라졌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상원의 등판 전 상황을 보면 이날 역투가 지닌 의미를 좀 더 헤아리기 쉽다.
2-0으로 앞선 6회말 박상원에 앞서 구원등판한 김종수가 아웃카운트 2개를 올린 뒤, 갑작스러운 난조에 빠졌다.
제구가 들쑥날쑥해진 김종수는 2사 후 안현민과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한화 벤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김종수를 박상원으로 바꾸며 급한 불을 끄려고 했다.
박상원도 첫 타자 이정훈을 상대할 때에는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직구와 포크볼을 하나씩 번갈아 던지며 영접을 잡아 보려고 했지만, 박상원은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다음 상대는 이날 경기 전까지 박상원을 상대로 통산 타율 0.294(17타수 5안타), 5타점으로 강했던 허경민이었다.
하지만 박상원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상단에 슬라이더와 직구를 자신 있게 꽂아 넣으며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그는 1B-2S에서 5구째로 존 바깥쪽 하단에 포크볼을 떨어뜨리며 허경민의 배트를 이끌어냈다.
위기를 막아낸 박상원은 펄쩍 뛴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화 박상원이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6회말 만루 위기를 막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경기 후 스포츠동아와 만난 박상원은 “준비하고 있었다”며 “첫 타자와 제대로 승부하지 못했을 뿐, 등판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허경민을 상대로 던진 마지막 포크볼은 회심의 1구였다.
그는 “그게 내 결정구였다”며 “내 주무기가 포크볼이고, 내 필살기가 포크볼이니 처음에는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포크볼 1개를 마지막에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게 딱 내가 원하는 높이로 잘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상원이 기억한 포크볼의 높이는 존을 공 반 개 정도의 차이로 절묘하게 벗어날 정도 만큼 완벽했다.
행여 존 안에 들어 왔다면 허경민의 ‘핫 앤드 콜드 존’(hot & cold zone·타자가 잘 치거나 약한 구간)상에선 타율 0.313으로 붉게 칠해진 곳을 향한 것이었다.
박상원은 “타자가 잘 친 구간이어도 10개 던졌을 때 10개 다 치진 않는다. 설령 못 친 구간이어도 타율이 0인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공이 잘 친 구간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다 떨어졌으니 타자가 속았지만, 데이터의 도움은 받아도 통계에 크게 의존하진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늘(20일)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의 모든 불펜투수들이 (류현진의) 선발승을 지키고 싶었다”며 “내 앞에 주자가 깔려 있었지만, 나도 깔고 내려오는 날이 있다. 결국 다 같이 잘해야 팀도 잘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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