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신병 확보를 재차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란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내란·외환 수사는 물론, 김건희·채 상병 특검 수사도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 영장 기각에도 ‘속도전’ 펼치는 내란 특검
내란 특검은 12일 출범 직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부터 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주체가 바뀐 만큼 출국금지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특검은 경찰이 수사하던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이첩받은 데 이어 24일 곧바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25일 법원이 체포영장을 기각한 후에도 특검은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즉각 통보했다. 특검 관계자는 25일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내란 특검의 이 같은 속도전에는 지난해 내란 수사권 논란 당시 검찰과 공수처의 강제수사가 지연된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5, 21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도 같은 달 18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불응했다. 중구난방 수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검찰은 윤 전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25, 29일 두 번 더 출석을 통보한 뒤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가 지체되는 사이 대통령경호처는 한남동 관저에 저지선을 구축해 올 1월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비화폰도 삭제되는 등 핵심 증거가 인멸됐다.
조은석 특검은 이런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윤 전 대통령 신병을 곧바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5, 12, 19일 세 차례나 출석 통보를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영장의 법적 정당성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25일 “체포영장 청구는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방어권 침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대응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기본적인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尹 신병 확보 시 3대 특검 모두 ‘탄력’법조계에선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특검 수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준비기간 20일을 채우지 않고도 18일부터 수사를 개시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했고, 검찰과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내란·외환 의혹 전반에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외환 수사의 핵심 관련자이자 정치인·언론인 수거 대상이 적힌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작성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검경 조사에서 진술을 일체 거부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계엄군 수뇌부들도 협조적으로 진술할 수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에서 사건의 우두머리가 구속되냐 마냐는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 태도와 증거물 제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 수사도 원활하게 확대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어 김건희 특검 역시 윤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VIP 격노설’의 당사자로 사건의 정점으로 꼽히는 만큼 채 상병 특검 역시 윤 전 대통령 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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