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구리다”까지…‘악플’을 광고로 쓴 브랜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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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가 진행한 ‘r/eal reviews’ 캠페인 이미지. 레딧(Reddit)에 올라온 소비자 리뷰를 긍정·부정 구분 없이 그대로 광고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제미나이 합성 이미지

도브가 진행한 ‘r/eal reviews’ 캠페인 이미지. 레딧(Reddit)에 올라온 소비자 리뷰를 긍정·부정 구분 없이 그대로 광고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제미나이 합성 이미지
“냄새가 별로다.”
과거라면 삭제됐을 이 문장이 광고에 등장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도브(Dove)가 신제품 프로모션에서 소비자의 부정적인 리뷰까지 그대로 공개하며, 브랜드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도브는 올해 초 ‘r/eal reviews’ 캠페인을 통해 익명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올라온 사용자 리뷰를 필터링 없이 광고에 활용했다. 미국 마케팅 전문 매체 애드위크(Adweek) 등에 따르면 도브는 긍정·부정을 가리지 않고 초기 리뷰를 그대로 노출했으며, “냄새가 너무 강하다” “효과를 잘 느끼지 못했다” “제품이 무겁게 남는다” 등 부정적인 의견도 포함됐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선별 없음’이다. 기존 광고가 긍정적인 메시지만 골라 보여줬다면, 도브는 리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메시지를 통제하는 대신 판단을 소비자에게 넘겼다.

● 메시지를 내려놓자 신뢰가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역발상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신뢰 구조 변화의 결과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플루언서 협찬과 AI 기반 광고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은 ‘좋은 말만 하는 콘텐츠’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AI가 작성한 듯한 획일적인 긍정 리뷰가 범람하면서, 과장된 칭찬보다 거칠더라도 실제 사용 경험에 가까운 부정적인 의견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부정 리뷰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일부 단점이 드러난 제품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정적인 정보가 포함돼야 전체 정보가 완성된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 ‘부정 리뷰’는 이제 리스크가 아니라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도미노 피자는 2010년 ‘피자 턴어라운드’ 캠페인에서 자사 제품을 “골판지 맛 같다”는 소비자 비판을 광고에 그대로 활용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뉴욕타임스는 이를 기업이 약점을 인정하고 제품 개선으로 이어간 대표 사례로 평가했다.

미국 스노버드 스키 리조트는 “너무 가파르다”는 1점짜리 리뷰를 광고 문구로 사용했고, 오틀리는 자사에 대한 비판을 별도 웹사이트에 모아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포브스와 가디언 등은 이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전략”으로 분석했다.

공통점은 단순하다. 부정적인 의견을 제거하는 대신, 이를 드러내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다시 짰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부정 리뷰는 ‘필터’로 작동한다. 제품의 단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어떤 소비자에게 맞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평가를 두고도 누군가는 구매를 포기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신뢰를 느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부정 리뷰를 공개하는 것은 이를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은 해명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 신뢰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광고나 인플루언서 중심의 과장된 홍보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진실성을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이라며 “부정 리뷰를 숨길 것이 아니라 브랜드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삼으려는 관점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곧 신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개선이 뒤따르지 않거나 소비자 불만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경우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단점을 인정하는 것보다, 단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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