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老老) 상속'의 그림자와 부동산 시장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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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3 16:22 수정2025.07.23 16:22 지면B3

'노노(老老) 상속'의 그림자와 부동산 시장 영향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이런 인구 구조 변화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산 상속 시장에서도 그 규모와 구조에 큰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노(老老) 상속’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노노 상속이란 고령의 부모가 사망해 재산을 물려줄 때 그 재산을 받는 자녀 역시 60~70대 고령이어서 상속 자산이 고령층 내에서 순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해 19.2%에서 2049년 39.8%로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기대수명 연장 및 고액 자산가 비중 확대는 상속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60대 이상의 순자산을 국내 상속 재산 시장의 규모로 추정하면 최근 10년간 규모는 네 배 이상 증가해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상속세 과세 대상인 피상속인 수도 2017년 대비 2021년에 82% 증가하는 등 상속 시장은 더 이상 자산가만의 리그가 아니라 일반인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피상속인(사망자)뿐 아니라 상속받는 상속인 모두 고령화되는 노노 상속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80세 이상 피상속인에게서 재산을 받아 상속세를 납부한 사례는 2010년 1344건에서 2022년 1만237건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상속세 신고의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 계층에서 발생함을 의미한다. 상속이 이뤄지는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상속 자산 또한 고령자에게서 또 다른 고령자에게 이전됨에 따라 상속 자산의 운용 성향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젊은 세대가 상속을 통해 자산을 얻던 시기에는 상속 자산이 신규 사업이나 신기술 분야 등 생산적인 부분에 재투자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속인과 피상속인 모두 고령자여서 은퇴 이후 자산 투자가 많이 늘어나기 어렵다. 그 결과 상속 자산은 단기적이거나 모험적인 투자 대신 부동산과 같이 안정적이고 가치 보존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과정에서 장기 보유 시 가치가 쉽게 하락하지 않는 수도권과 대도시 부동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된다. 결과적으로 상속받은 자산의 보존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부동산으로 집중되는 투자 자금은 자산 희소성을 갖춘 수도권 내 인기 지역 부동산의 가격 상승과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 수도권과 지방, 신규 주택과 노후 주택, 중심지와 외곽 등 부동산 시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할 위험도 따른다. 이렇게 노노 상속의 확산은 우리 사회와 부동산 시장 구조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상속 시장의 성장, 고령화에 따른 투자 행태 변화, 수도권 부동산으로의 자금 집중 등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윤수민 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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