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한달
에쓰오일·SK에너지도 기각
노조 '10전 10승' 일단 제동
하청노조 교섭권 확대될 땐
임금 등 협상요구해 기업부담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문을 연 '노란봉투법'이 10일 시행 한 달을 맞는 가운데, 노동위원회에서 하청 노동조합이 이어오던 '10전 10승' 행진에 첫 제동이 걸렸다.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잇달아 수용하던 노동위가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좁게 인정함에 따라 기업의 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쿠팡CLS 산하 하청 위수탁 택배노동조합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원청인 쿠팡CLS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인정했지만, 한국노총 택배산업노조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을 각각 별도 교섭단위로 나눌 필요성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노위도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 소속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줄줄이 기각했다.
반면 충남지노위는 동희오토 소속 하청노조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국전력 사건을 심리한 전남지노위 역시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인정했다. 아울러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가 하나은행·KB국민은행·KB국민카드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인용됐다.
다만 사용자성에 대해선 교섭단위 분리 신청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폭넓게 인정해 주는 경향이었다.
앞서 하청노조가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사용자성을 전부 인정받은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주요 기관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와 인력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민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노동위가 그동안 계약 구조와 업무 지휘·감독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 사용자' 여부를 예상보다 폭넓게 판단했지만, 이날 엇갈린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판정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산업계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경북지노위는 포스코 하청노조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수용하며 복수 노조 간 개별 교섭을 허용했다. 이날도 동일 사업장 내에서도 상급 단체가 다른 노조별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구조가 현실화됐다. 기업으로서는 교섭 상대가 급증하면서 비용과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섭 요구는 폭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조합원 14만3786명을 둔 하청노조 985곳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하청노조가 우선 산업안전 문제를 고리로 교섭권을 확보한 뒤 이를 발판 삼아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 전반으로 협상 범위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그 이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안전 문제를 근거로 교섭권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임금과 복지 의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면서도 "원청은 교섭권이 인정된 범위를 안전 사안으로 한정하며 사용자성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 과정에서 노사 간 대립이 장기화하거나 파업으로 비화하면 이를 규율할 명확한 선례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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