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는 사이 체납입금을 지급받게 된 근로자들이 ‘부정수급자’란 오해를 피하게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양순주)는 A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3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지급금은 사업주의 지급 능력이 없을 때 정부가 대신 내주는 체불임금이다.
원고들은 2019년 11~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건축현장에서 일했다. 노무사 B씨는 원고들 명의로 근무기간을 2019년 9~10월로 기재한 뒤, 2020년 5월27일 근로복지공단에 소액체당금 지급청구서를 제출했다. 이후 원고들 계좌에 각 700만원의 소액체당금이 입금됐다. 그런데 같은날 이 금액 모두가 CMS 자동이체 방식에 의해 노무사 C씨의 계좌로 출금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들이 실제로 일을 하지 않았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수령했다고 봤다. 이에 원고들에 대해 총 4200만원 상당의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처분을 했다. 원고들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업주 지시에 따라 내용을 알지 못하는 서류에 서명했고, 대지급금이 B 노무사에게 이체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이 실제로 근로를 했는지, 대지급금 청구 및 수령 과정에서 허위 신청에 고의로 가담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법원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벽체칸막이 작업 등을 했고 조사 자료와 임금 지급 내역,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임금 체불이 있었을 개연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5월27일자 소액체당금 지급청구서에 적힌 근로기간 등에 일부 허위의 의심이 든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같은 허위 청구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서류에 날인된 원고들의 인영은 임의 제작이 가능한 ‘막도장’이었고, 서명 필체 또한 원고들의 것인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소액체당금 지급이 이체 후 CMS 자동이체로 당일 즉시 C씨에게 이체되는 식으로 이뤄져, 원고들의 가담이나 인식 가능성을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이를 통해 어떤 이익을 거둔 바 없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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