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받을수록 불리"…초강력 '3중 규제'에 대출 발 묶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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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받을수록 불리"…초강력 '3중 규제'에 대출 발 묶이나

'6·27 대출 규제'의 후속 조치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이 크게 줄어든다. 6억원 대출 규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겹친 상황에 신규 대출 총량까지 줄어들면서 하반기 '대출 보릿고개'가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을 약 3조 6000억원으로 수정해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올해 초 잡았던 목표액(7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6·27 대출 규제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6·27 대출 규제를 발표하며 하반기부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 대비 연간 총량은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총량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더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늦게 받을수록 불리"…초강력 '3중 규제'에 대출 발 묶이나

하반기 대출 총량이 줄면 연말로 갈수록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6·27 대출 규제는 지난 6월 28일 이전에 계약한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종전 거래에 대한 대출이 모두 완료되기 전까지 대출 증가세는 이어진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2조5846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약 1520억원으로 지난 6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일평균 증가액(2251억원)의 68% 수준에 달한다. 계약 후 실제 대출까지 2~3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9월까지는 대출이 줄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연말에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도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름세다. 은행이 금리 문턱을 높여 '대출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3.70~5.11%다. 1주일 전(연 3.69~5.10%)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6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2.54%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내렸지만, 은행이 가산금리를 2.47%에서 2.57%로 0.10%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기본금리가 떨어진 것 이상으로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유지한 셈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 상황도 비슷하다.

은행은 금리 조정뿐 아니라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도 잇따라 막고 있다.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오는 8월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도 9월 실행분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수도권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산금리 1.5%)가 도입되는 것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때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3단계가 적용되면 은행과 제2금융권의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0%의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돈을 빌린다면 한도(변동형·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금리 4.2%)는 기존 3억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약 3%) 줄어든다. 실제로 이자 부담이 늘진 않지만 대출 금액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늦게 받을수록 불리"…초강력 '3중 규제'에 대출 발 묶이나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이 줄어들며 주택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된 가운데 대출 총량까지 줄어 대출로 집을 사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열 양상이던 시장은 이달 들어 거래가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7월 매매 건수는 1414건에 불과하다. 거래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있지만 지난달 1만1349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기준금리가 내려도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6억원 대출 제한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역시 어려워져 풍선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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