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짓고도 못 판 아파트…'악성 미분양' 전국에 2만5000채 [임현우의 경제VOCA]

3 days ago 10

비용 부담을 낮췄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는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모습. 연합뉴스

비용 부담을 낮췄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는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모습. 연합뉴스

'선착순 파격가', '할인 분양'….

대구 도심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현수막이다. 대구에는 미분양 주택이 9177가구가 있다. 특히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3252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아파트값이 오른다지만 여기선 딴 세상 얘기"라며 "가격이 내려가도 거래가 끊겨 사무실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준공 후 미분양 11년 7개월 만에 최고치

미분양이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팔리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미분양 물량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다. 청약 신청에 오류가 있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당첨되고 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있다. 부동산이 활황이면 이런 미분양은 금방 소진되지만 시장이 침체했을 때는 잘 해소되지 않고 쌓인다. 통상 정부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를 넘어서면 위험 수위로 본다.

분양을 마치고 집을 다 지어놓기까지 했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준공 후 미분양'이 된다. 악성 미분양이 쌓이면 사업을 추진한 기업에는 타격이 크다. 아파트 분양 수익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미분양 물량을 직접 보유한 채 중과세 부담까지 떠안느라 자금난이 가중된다. 건설사들이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건설투자는 한 번 확장기에 들어서면 오랫동안 든든하게 경제성장률을 떠받치고 고용 창출 효과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경기를 민감하게 타기 때문에 불황기에는 더욱 심하게 흔들리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 이 중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5117가구다. 한 달 전에 비해 5.9% 늘면서 1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 짓고도 못 판 아파트…'악성 미분양' 전국에 2만5000채 [임현우의 경제VOCA]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 4574가구, 지방에 2만543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대구에 이어 경남(3026가구), 경북(2715가구), 부산(2438가구) 순으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 10채 중 8채가 지방에 쌓여 있다"며 "지역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이 느끼는 자금 압박은 한계 수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건설사 '보릿고개'… 하루 10곳꼴로 폐업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종합건설업체 213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하도급을 맡는 전문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같은 기간 989건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미래의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인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은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6만5988가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뒷걸음질했다. 착공(3만4021가구)은 25.0%, 준공(10만4032가구)은 16.9% 줄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시간이 흐른 뒤 주택 공급난이 다가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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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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