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진료로 심뇌혈관-중증외상 응급환자 즉각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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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보다 강한 2차병원] 〈15〉 전주예수병원
‘다학제 패스트트랙’ 시스템 구축… 환자 도착 전부터 진료과 간 협업
심장혈관센터는 연중 검사실 가동… 뇌혈관 중재 등 고난도 시술 1만 회

전북 전주 시민들 사이에선 ‘우리 집은 3대째 이 병원을 다닌다’는 말이 자연스레 통용되는 병원이 있다. 올해 개원 128년을 맞는 전주예수병원이다. 1898년 의료 불모지였던 이곳에 마티 잉골드 선교사가 작은 진료소를 연 이후 예수병원은 늘 국내 최초 기록을 써내려 왔다.

1930년 국내 첫 진단용 엑스레이 장비를 도입했으며 정식 교육제도가 없던 1949년엔 국내 최초로 체계적인 ‘수련의(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1963년엔 국내 첫 ‘암 등록 제도’도 시행했다. 현재는 지역의 중증 응급환자를 골든타임 내에 치료하는 ‘3차보다 강한 2차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충식 전주예수병원장(정형외과)은 “최근 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응급실 미수용’으로 대변되는 필수의료 붕괴다. 수도권의 초대형 병원들마저 중증 응급환자를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역의료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2차 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3차 병원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릴 시간에 여기서 막힌 혈관을 뚫고 수술을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며 “압도적인 응급 대처 능력과 고난도 시술 역량을 앞세워 호남 지역의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제주-천안서 헬기로… 호남 유일 소아응급센터도

전주예수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이송된 환자를 다학제 패스트트랙을 통해 응급 치료하고 있다. 전주예수병원 제공

전주예수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이송된 환자를 다학제 패스트트랙을 통해 응급 치료하고 있다. 전주예수병원 제공
“최근 제주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을 못 찾은 중증환자가 소방헬기로 이송됐다.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천안시에서도 골든타임 내 수술할 곳을 못 찾은 산모가 헬기로 이송돼 무사히 수술받았다.”

신 병원장이 전한 최근 응급실 상황은 국내 응급의료 현실과 예수병원의 위상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같은 응급환자 수용 역량의 배경에는 초대형 병원조차 쉽게 구현하기 힘든 ‘다학제 패스트 트랙’ 시스템이 있다.

초대형 병원은 대기 환자가 많고 절차가 복잡해 위급한 상황에서 수술이 지연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예수병원은 진료과 간 협업으로 이를 극복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김호권 기획조정실장(응급의학과)은 “응급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조치”라며 “응급의학과가 중심이 돼 심뇌혈관 질환이나 중증 외상 환자가 응급실 도착 전부터 순환기내과, 신경외과 등 배후 진료과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는 길게는 20년 이상 동고동락하며 장기 근속한 의료진의 끈끈한 팀워크와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수병원은 대형 병원마저 적자를 우려해 기피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센터도 운영 중이다. 소아응급센터는 호남권에서 유일하다.

● 고난도 심장 판막 시술까지… “서울 안 가도 돼”

예수병원의 초응급 환자 대응 역량은 ‘심장혈관센터(순환기내과)’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박종필 과장(순환기내과)이 이끄는 심장혈관센터는 2009년부터 종합병원 급성심근경색증 진료 질 평가에서 최우수 1등급을 받았다. 고난도 심장 시술의 꽃이라 불리는 ‘심장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 역량도 급성장했다. 연중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심장검사실을 가동하며, 현재 전북에서 심장혈관 조영술 및 중재 시술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또 공태식 부원장(신경외과)은 ‘뇌혈관 중재 시술’로 급성 뇌졸중 등을 치료하는 고난도 시술을 1만 회 이상 시행했다. 영상의학과 김윤환 과장은 미세 구슬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실어 간암 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꿈의 표적 치료 ‘방사선 색전술(TARE)’을 전주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소화기내과 조진웅 센터장은 전신마취 없이 초기 암을 도려내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위 점막하 내시경적 장막하 박리술’을 성공했다.

신 병원장은 “최신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심뇌혈관센터, 암센터 등 특성화 진료를 대폭 강화했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중증 심장 질환에 걸려도 굳이 서울 대형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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