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4년 말 울산 조선소 앞바다에서 20대 잠수부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오진세)는 이날 오전부터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검사 및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하청업체 대표가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나아가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 관리·예방 소홀 혐의를 겨냥한 것으로, 원청 대기업 본사에 대한 직접 강제수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잠수부 사망 사건 관련 본청 기업의 혐의가 파악돼 검찰이 직접 압수수색에 나섰다"며 "중대재해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2세 잠수부, 혼자 바다에 들어갔다가 심정지로 숨져
이 사건은 2024년 12월 30일 HD현대미포 울산 조선소 1안벽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대한마린산업 소속 잠수부 김기범(당시 22세) 씨가 선박 하부 수중 촬영 작업을 하던 중 숨졌다.
김씨는 동료와 함께 1차 잠수에 나서 약 1시간의 작업을 마치고 무사히 복귀했으나, 8분 후 혼자 재입수했다가 4시간여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30분 분량의 공기통을 착용한 채 혼자 입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쿠버 잠수 작업은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이뤄져야 하지만, 이 같은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하청 대표 구속기소…원청 법인은 합병으로 '소멸'
울산해양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발생 약 1년 3개월 만인 올해 3월 대한마린산업 대표 하모(49) 씨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HD현대미포 전 대표이사와 안전관리자 등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송치됐다.
다만 원청 법인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법인에 최대 50억원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지만, 사고 당시 원청인 HD현대미포가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에 흡수합병되면서 법인 자체가 소멸했기 때문이다. 법인 합병 시 형사 책임은 승계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법인으로서의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검찰은 HD현대미포를 흡수한 HD현대중공업 자체에 대한 독자적인 중대재해 관리 소홀 혐의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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