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거론되던 배상액
합병으로 주가 뛰며 축소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 해제 번복’ 사고를 계기로 발족한 손해배상심의위원회가 첫 배상액을 결정했다. 피해 종목인 에스씨엠생명과학이 풍전약품을 흡수합병하고 사명까지 풍전약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주가가 뛰자, 손실을 확정하지 않은 투자자의 피해가 줄면서 배상 규모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손해배상심의위원회는 이날 에스씨엠생명과학 관리종목 해제 번복 사고와 관련한 배상 대상과 금액을 심의해 최종 배상액을 확정했다. 손해배상 신청은 50건 이내로 접수됐고 신청 금액은 2억원 안팎이었지만, 실제 배상 대상이 아닌 거래까지 포함되면서 인정 가능 금액은 이보다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소는 다음 달 중 배상 대상 투자자에게 개별 안내를 진행하고, 합의서 작성 절차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배상 규모가 소액에 그친 배경에는 주가 회복이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거래소의 관리종목 해제 공시 오류 이후 주가가 급등락했지만, 풍전약품과의 합병 완료를 재료로 주가가 치솟으면서 ‘관리종목 해제 번복’ 당시 투자자들의 수익을 내면서 피해가 상당 부분 줄었다. 사고 직후 시장에서는 당시 거래대금을 감안해 배상 규모가 최대 10억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 배상액은 그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액 산정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손해배상심의위원회가 맡았다. 거래소가 직접 이해당사자인 만큼, 배상 기준과 금액 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위원회 판단을 거친 것이다. 거래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원회 설치 규정도 새로 마련했다. 위원회는 증권·법률·소비자보호·학계 분야 외부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다. 증권·법률·소비자보호 분야에서 각 2명씩 참여하고 학계 인사 1명이 위원장을 맡으며, 소비자보호 분야 위원은 한국소비자원과 경제정의실천연합, 참여연대 등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
사고는 지난 3월 발생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에스씨엠생명과학이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관리종목 해제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해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나 이튿날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관련 요건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장중 관리종목으로 다시 지정했다. 관리종목 해제는 상장 유지 리스크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주가는 장 초반 상한가까지 올랐다가 재지정 공시 이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5%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배상 기준은 실제 손실 보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래소는 사고 당일 매수와 매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중심으로 배상 대상을 가르고, 매매차손뿐 아니라 증권거래세와 증권사 수수료 등 부대비용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마련했다. 사고 발생 이후 배상 시점까지의 지연이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고 당일 거래가 없거나, 손실과 시장조치 오류 사이의 인과관계가 약한 신청은 배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사안은 배상액 자체보다 거래소가 선제적으로 피해구제 절차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거래소는 외부 로펌 자문 등을 거쳐 손해배상 기준안을 마련하고, 신청 접수와 심의, 개별 안내, 합의와 지급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갖췄다. 투자자가 별도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시장 운영기관이 먼저 배상 절차를 가동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리종목 지정과 해제는 코스닥 기업의 존폐 리스크를 가르는 핵심 정보인 만큼 시장조치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배상심의위 제도화는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절차를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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