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배치 플랜트’ 도입 등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회 공급로를 확보하고 진입 장벽을 낮춰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첨단 산업단지나 공공택지 등 대규모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배치 플랜트 설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배치플랜트는 현장에서 레미콘을 직접 생산하는 설비다. 현행 제도에서는 설치 요건이 까다로워 레미콘 공급 중단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현장 자체 생산이 쉽지 않다.
레미콘은 굳기 전 90분 이내에 타설해야 하는 특성상 지역별 공급 업체의 독점력이 절대적이다. 업계가 공급을 중단하면 건설 현장이 즉시 마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치플랜트로 현장 ‘자급자족’이 확대되면 파업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또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건설 기계 수급 조절 기간도 1년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콘크리트 믹서트럭 등 건설기계는 2년마다 수급조절위 심의를 거쳐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생계형 차주 보호를 위한 제도지만, 이후 증차가 막히는 문제가 커지고 있어서다. 기존 차주들은 ‘번호판 프리미엄’을 누리는 진입 장벽이 만들어졌다. 신규 트럭 진입이 허용되면 차량 부족 현상이 해소되어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이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레미콘 업계의 독점적 공급구조로 인한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이 운송비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8일 레미콘 8000대가량이 운행을 멈췄다. 건설 업계에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대형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상승 부담을 안고 있는 건설 업계의 피해도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건설협회는 “레미콘 반입이 중단될 경우 주요 공정 차질이 불가피해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등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중재를 요청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국토부와 핫라인을 가동해 건설 현장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건의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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