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단체교섭 절차를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을 낸 조합원들이 공개 입장문을 내고 노조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교섭요구안이 조합원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 없이 확정됐고, 다른 의견을 낸 조합원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섭요구안에 조합원 목소리 빠졌다"
'삼성전자 직원 권리회복 법률대응연대'를 결성해 이번 가처분에 나선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 손용호 씨는 20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희를 포함해 지지서명을 보내주신 1000여명은 노조 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협박과 공포로 조합을 운영하는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독단적 행태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손 씨는 "현재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및 파업을 중지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라며 "저희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교섭요구안 선정 절차다. 교섭요구안에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가처분 심문기일은 이날 오전 10시20분부터 진행된다.
신청인 측은 초기업노조가 사측과 교섭 중인 요구안이 조합원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현재 초기업노조가 사측과 교섭 중인 요구안은 조합원들의 정당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위법하게 만들어졌다"며 "노동조합법과 규약상 교섭요구안은 반드시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집행부는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조합원 동의 없이 단 5명의 지도부가 13만 직원의 처우를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섭 요구안 수렴 과정도 문제 삼았다. 그는 "네이버폼 설문조사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만 편향돼 있으며, 다른 수많은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고 했다.
"블랙리스트·단두대 운운" 주장
노조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손씨는 "더욱 심각한 것은 조합원들의 입을 틀어막는 지도부의 폭력적인 태도"라며 "조합원이 교섭 요구나 파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은 조합 민주주의의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파업에 불참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는 조합원들을 향해 '회사 입장에서 앞장선 사람들은 사측으로 블랙리스트 만들어야죠', '단두대에 세우겠다', '설비 살리면 사측으로 간주하고 이름을 공개하겠다'라며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조합원을 적으로 낙인찍어 의사표현을 탄압하고 있다. 고소·고발을 무기로 사용해 조합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고 했다.
손씨는 초기업노조 지도부를 향해 "노조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파괴가 아니라 공존과 상생"이라며 "돈만 많이 받으면 회사가 망가지더라도, 직원이 분열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조합 운영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또 "회사를 없애겠다거나 분사를 각오하겠다, DX 못해먹겠다는 발언으로 직원들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중단해달라"며 "'블랙리스트'나 '단두대'를 운운하며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공포로 통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조합을 운영해달라"고 말했다.
신청인 측은 현재 교섭 요구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밀실에서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교섭요구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삼성전자 직원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요구안을 선정해달라"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경영진을 향해서도 "회사를 파괴하려 들고, 직원들을 상대로 공포와 협박을 일삼는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독단적 안건을 수용하지 말아달라"며 "정당성마저 상실한 요구안은 직원들 사이에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상처와 분열만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원(하나의) 삼성'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며 "부디 삼성전자 13만 직원 모두가 한 몸,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같은 날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속개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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