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심 카드는 이제 핵 개발이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입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소장(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란은 그동안 핵 개발을 서방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했다”며 “하지만 핵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었음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만큼 핵을 활용한 안보 전략은 이란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에 대해 유 소장은 조만간 후속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처음부터 모든 패를 내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만남으로 협상이 타결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당초 밝힌 이란 공격 목적은 ‘임박한 위협’이었고, 이는 핵을 가리킨다”며 “미국은 종전 선언을 위한 명분을 핵무기에서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이란이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라늄 농축도를 1~2%대로 낮추는 대신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 방안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르무즈해협의 전략적 가치가 증명된 이상 이란이 핵 문제에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연동해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한다.
유 소장은 미국의 이란 석유산업 진출도 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과 불가침 조약을 맺는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며 “차라리 미국의 자산과 기업이 이란에 진출하는 것이 공습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이를 통해 페트로 달러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유 소장은 “2000년대 들어 미국의 페트로 달러에 도전한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 이란 중 여전히 적대 관계인 곳은 이란 하나”라고 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전 이뤄진 협상에서도 이란은 미국에 석유 및 가스산업 투자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만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소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출구 전략을 찾기 위해 공격 지속과 전쟁 승리라는 모순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레바논 영토 일부라도 확보해 전쟁 정당성에 대한 서사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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