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집 사려면 서울 외곽·1기 신도시 둘러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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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시범 아파트 일대 전경. 한경DB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시범 아파트 일대 전경. 한경DB

올 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에 이어 정부의 고강도 수도권 대출 규제(6·27 부동산 대책) 등으로 치솟던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거래가 급감하는 가운데 당분간 시장이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수요자는 대출받을 수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공공분양 청약 자격이 있다면 수도권 공공택지에 관심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 규제에 숨 고르는 강남 집값

"당분간 집 사려면 서울 외곽·1기 신도시 둘러봐야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19% 상승했다. 24주째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넷째주(0.43%)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뿐만 아니라 한강 벨트도 폭등세가 누그러졌다. 강남구(0.34%→0.15%) 서초구(0.48%→0.32%) 송파구(0.38%→0.36%)의 상승폭이 모두 축소됐다. 마포구(0.60%→0.24%) 용산구(0.37%→0.26%) 성동구(0.70%→0.45%) 등도 상승세가 약해졌다.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 힐스테이트 라첼스’ 전용면적 114㎡는 지난 11일 23억6897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기록한 최고가 25억5814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13억8000만원에 팔렸다. 대책이 발표된 27일 14억9500만원에 손바뀜한 후 하락세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줄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등이 막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어려워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번주 오름폭을 확대한 곳은 도봉구(0.05%→0.06%)가 유일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40건에 불과했다. 거래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있지만 지난달 1만1047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도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55.2를 기록해 전주(60.6)보다 5.4포인트 떨어졌다. 6월 넷째주(99.3)에 기준점 100에 가깝게 올랐다가 3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강북 14개 구는 50.6, 강남 11개 구는 59.3으로 전주보다 각각 6.4포인트, 4.4포인트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를 의미한다.

◇“매수자 우위, 실수요자 노려볼 만”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위축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서울 지역 주택 공급량이 감소한 데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늦춰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6738가구다. 내년엔 2만8614가구로 줄어든다. 정부가 공급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조만간 정부가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입주까지 5~6년은 걸릴 것”이라며 “서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수세가 위축된 만큼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아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까지 매도자(집주인)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데 매수자 우위로 상황이 바뀐 만큼 실수요자는 매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호가가 많이 오른 지역에서 추격 매수할 시점은 아니고 과거 실거래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정도에서 자금 여력 등을 따져보고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이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6억원 대출 제한으로 현금이 많지 않은 실수요자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경기 성남 분당, 안양, 범계, 평촌 등은 가격으로 봤을 때 규제에서 벗어나 있고 실거주 환경도 좋다”며 “향후 1기 신도시 재정비 등으로 가격 상승 기대도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청약에 관심 둬야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잔금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돼 현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매수할 수 없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공급 면적 기준)당 4568만3000원이다. 전용 84㎡로 환산하면 15억원이 넘는다. 이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최소 9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다만 공공 청약자격 요건이 된다면 정부의 공급 정책을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수도권 대출 규제 후속으로 수도권 유휴부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거 안정과 공공주택 공급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공공 청약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윤 위원은 “재건축·재개발 등에서 일반분양 공급은 더디고 공공분양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며 “소득 수준이 평균 소득의 140%(맞벌이 기준) 이하라면 공공주택 공급 계획이 나온 뒤 청약 일정을 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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