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승리입니다" 법률용어 뺀 친절한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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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놓은 한 판결문에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대한 쉬운 단어를 사용해 판결 요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그림도 곳곳에 배치했다. 강우찬 수석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가 작성한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판결문엔 ‘법원의 판단을 알기 쉽게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3페이지짜리 설명이 첨부됐다. ‘주문’은 ‘판결의 결론’으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소송에 들어간 돈은 구청이 냅니다’로 풀어 썼다. 이 사건의 원고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강 수석부장판사는 2022년 국내 최초로 이지리드 판결문을 선보인 법관이다. 역시 원고가 장애인인 사건이었다. 판결문 서두에는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란 문장이 등장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학생 눈높이에 맞춘 판결을 쓴 적도 있다. 2024년 1월 한 청소년이 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에는 “어른들이 좋은 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문장이 담겼다. ‘나홀로 소송’에 나선 성인을 위해 이지리드 판결문을 쓰기도 했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판결을 여럿 내놨다. 중증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급여를 우선 지급받도록 해 기존 활동지원급여가 삭감되게 만든 보건복지부 지침에 무효 판정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강 수석부장판사는 2024년부터 올해 3월까지 법원 내 장애법연구회장을 지냈다”며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사법접근 및 사법지원에 관한 대법원 예규 제정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육군법무관을 거쳐 2004년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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