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부친 뜻 이어 소방관 된 아들
“아버지 늦게라도 인정받아 감격”
폐섬유화 질환으로 순직 소방관 등
오늘 현충일 맞아 23명 위패 봉안식
충남 아산소방서 소속이었던 고 방정오 기능9급의 아들 방장석 소방령(53)은 아버지의 충혼탑 안치를 두고 5일 이렇게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12년 가까이 정규 소방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소방차 운전사로 근무하다 1991년 당직 중 심정지로 숨을 거뒀다.
2년 뒤인 1993년 방 소방령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소방관이 됐다. 방 소방령은 처음에는 아버지가 숨진 소방서에 차마 지원하지 못하는 등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동료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은 그를 격려해 줬고, 이는 30년 넘게 화재와 구조 현장을 지키는 원동력이 됐다. 방 소방령은 2022년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에 매몰된 광부 2명을 9일 만에 구조할 당시 현장을 지휘하기도 했다.
방 소방령은 그간 아버지의 충혼탑 안치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작전 중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과연 가능할까’라며 망설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올해 초 충남소방본부에서 먼저 안치 의사를 묻는 연락이 왔다. 소방청이 일반 순직자까지 적극적으로 보훈 대상으로 물색하면서 아버지의 사연을 찾아낸 것이다. 방 소방령은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소방청은 6일 제71회 현충일을 맞아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 내 충혼탑에 순직 소방관 23명의 위패 봉안식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충혼탑은 소방관 6명이 순직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방화 사건을 계기로 순직 소방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세워진 공식 현충 시설이다. 지난해까지 총 464명의 위패가 봉안됐다. 올해 새로 안치되는 순직 소방관은 총 23명이다.
근무 시절 얻은 폐섬유화 질환으로 순직한 임승윤 소방령은 올해 순직이 인정돼 안치 대상에 포함됐다. 아들 수석 씨는 “아버지는 생전 현충원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이제라도 아버지의 꿈을 소방청이 적극 도와주는 것 같아 안심된다”고 했다. 또 31년간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맡다 2024년 8월 순직한 전북 군산소방서 소속 이병두 소방경, 현장 활동으로 인한 질병으로 순직한 구형서 소방교 등의 위패도 함께 봉안된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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