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이 2021년에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단 중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5·18 당시 계엄군의 폭행·총격·구타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의 가족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1990~1991년에 보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정신적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2021년 5월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원고들은 같은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쟁점은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였다. 민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도 인용됐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각 보상금 등 지급 결정일인 1990년 내지는 1991년으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후에 제기됐다"고 판시했다.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관련자의 가족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더라도 위헌 결정이 있기까지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으로 소멸시효가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어 대법원은 "2021년 5월부터 3년이 지나기 전 소송을 제기한 이상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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