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효과가 없더라도 대마의 주 성분으로 알려진 칸나비디올(CBD)이 포함된 화장품 원료는 ‘대마’로 간주돼 수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CBD 자체가 대마의 주 성분으로 마약류관리법상 규제 대상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화장품 원료 수입업자 A씨가 관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표준통관예정보고 발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CBD Isolate’라는 고농도 CBD 성분 화장품 원료의 수입을 위해 표준통관예정보고를 신청했으나 관세청은 해당 성분이 마약류관리법상 ‘대마’에 해당한다며 보고서 발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A씨가 수입하고자 한 화장품 원료 ‘CBD Isolate’가 마약류관리법상 수입이 금지되는 ‘대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해당 성분이 대마초의 줄기 등 법령상 규제에서 제외된 부위에서 추출됐고 환각 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추출 부위나 제조 방식과 무관하게 CBD 성분은 마약류관리법상 대마에 해당해 수입 제한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상업적·의학적 효용이 있더라도 규제 여부는 입법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