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인격 남용' 인정…성도이엔지, 中 보험사에 책임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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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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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된 손해를 배상한 중국 보험사들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성도이엔지가 중국 현지 자회사를 내세워 책임을 피하려 했다고 인정하며 중국 보험사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7월 3일 중국 보험사 5곳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에서 지연손해금 청구는 중국법 해석이 부족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9월 4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였다. 당시 현장에서는 성도이엔지의 중국 현지 자회사인 성도건설이

일산화이질소의 공급을 조절해주는 가스공급설비 공사를 마친 직후였고, 가스배관 연결 오류로 수소 혼합물이 정전기를 만나 폭발을 일으켜 공장 내부 약 2500㎡가 불에 탔다.

이 사고로 SK하이닉스는 약 8억6000만 달러(약 95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중국 보험사들은 해당 손해액을 보상하기로 하고,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성도이엔지는 사고 직후인 2014년 1월, 자회사 성도건설이 보유한 미분배이익 중 약 7800만위안(약 128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실제 수령했다. 이에 따라 성도건설의 자본총계는 2013년 약 260억 원에서 2014년 약 67억 원으로 크게 줄었으며 2018년에는 자본총계가 0원이 되었다.

문제는 이처럼 자회사의 자산을 배당 형식으로 인출하면, 향후 배상 책임을 질 재원이 고갈돼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었다. 보험사 측은 “성도건설이 화재 이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모회사 성도이엔지에 배당한 것은 채무를 회피하기 위한 법인격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성도이앤지를 대상으로 1000억 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 국내 법원에 냈다.

1심은 SK하이닉스의 화재가 성도건설 직원들의 과실에 의한 사고였으며 성도이엔지가 실질적으로 공사에 대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보고 보험사들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

반면 2심 “중국법상 ‘용인단위책임’은 성립하지 않으며, 사용자책임도 성도이엔지에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자회사 직원들이 성도이엔지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양 사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 운영돼 왔다며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 침권책임법상 성도이엔지에 ‘용인단위책임’, 즉 고용주로서의 사용자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다만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은 “채무 회피를 위한 법인격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성도이엔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배상금을 배당액 범위인 128억원으로 제한했다 .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중 법인격 남용에 따른 연대책임 범위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성도이엔지가 부담해야 할 손해액에 붙는 ‘지연손해금’에 대해 “중국법 규정과 판례를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과 마찬가지로 준거법을 중국법으로 삼아 심리한 것이다.

재판부는 “중국 민사소송법 제253조는 금전지급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가된 이자를 부과하고, 최고인민법원은 ‘판결 선고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에는 일반 이자와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서, “원심은 판결 선고 이후부터는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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