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새긴 전기회로…기술 품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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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새긴 전기회로…기술 품은 자연

입력 : 2026.06.07 16:26

에스더쉬퍼 '셀룰러 메모리'
베르하누 첫 아시아 개인전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Untitled CXVIII'(2026)  에스더쉬퍼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Untitled CXVIII'(2026) 에스더쉬퍼

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원색이 평평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팔을 들어 올린 사람을 연상시키는 형상 뒤로 산과 지층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대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기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층 단면에 현대 문명의 상징인 전기회로를 닮은 복잡한 무늬가 촘촘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49)는 2017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기술이 인간의 정신은 물론 자연에도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미국의 대량 소비 속에서 발생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목격하며 기술과 자연이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을 절감한 결과다. 서울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리는 베르하누의 아시아 첫 개인전 '셀룰러 메모리'는 자연과 기술이 한 화면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신작 회화 6점이 걸렸다.

베르하누는 2022년 제5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작가다. 최근 글로벌 미술계가 아프리카 작가들을 조명하는 가운데 그도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 있다.

다만 작가의 예술 여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 알레 미술·디자인 스쿨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오랫동안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묵묵히 활동하던 중 2010년대 들어 에티오피아와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갤러리 아디스 파인아트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활동 반경을 넓히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전시 제목 '셀룰러 메모리'는 세포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한다는 생물학적 개념에서 따왔다. 작가에게는 에티오피아와 미국을 오가며 몸에 새겨진 문화적 기억을 뜻하기도 한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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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아시아 첫 개인전 '셀룰러 메모리'가 서울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리며, 자연과 기술의 연결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베르하누는 2017년 미국 이주 이후 기술과 자연 간의 관계를 재발견하였으며, 202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여하여 글로벌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진행되며, '셀룰러 메모리'라는 제목은 세포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생물학적 개념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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