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때문에 회사 망할 판"…'몰표' 줬던 그들이 돌아섰다 [트럼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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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7 15:11 수정2025.04.27 15:11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 매컴카운티의 한 도로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민이 작년 7월 피격사건 사진을 담은 깃발을 꽂아놓고 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 매컴카운티의 한 도로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민이 작년 7월 피격사건 사진을 담은 깃발을 꽂아놓고 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지난 대선에서 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를 찍었죠. 하지만 관세 정책은 좋아할 수 없어요.”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 매컴 카운티의 대형마트 ‘크로거’ 앞에서 만난 브라이언 키패트릭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00일에 대한 견해를 묻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알루미늄을 주 원료로 하는 기계 생산업체에서 일한다는 그는 “대선 때는 이렇게 극단적인 정책을 예상하지 않았다”면서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때문에 당장 회사에 타격이 있어서 도저히 그 정책을 찬성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지자 결집 100일집회

미시건주는 작년 11월 대선의 주요 경합주 7곳 중 하나다. 제너럴모터스(GM)과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회사 공장이 있는 매컴 카운티는 작년 대선에서 ‘격전지’로 분류됐으나 개표결과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56%에 달했다. 선거 압승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장소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인 오는 29일 매컴 카운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관세정책의 수혜지로 꼽히는 지역에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작년 대선 승리의 순간을 재현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100일 집회를 앞두고 찾은 매컴카운티 일대 민심은 복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관세정책엔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꽤 있었다.

이 일대에서 한국경제신문이 만난 사람은 총 12명이었다. 이 중에서 8명이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 네 명은 관세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물가상승 등 고통은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관세가 “공정한 무역”을 되찾아 미국 제조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반면 나머지 셋은 “혼란스럽다”거나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현재의 정책에 동조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명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며 평가를 보류했다.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 매컴카운티에서 만난 톰 씨가 로위스(Lowe's) 매장에서 조명기구들을 둘러보고 있다. 대부분의 조명기구는 중국산이다. 2016, 2020년에 트럼프를 찍었지만 의회의사당 난입사태로 충격을 받고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톰 씨는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 매컴카운티에서 만난 톰 씨가 로위스(Lowe's) 매장에서 조명기구들을 둘러보고 있다. 대부분의 조명기구는 중국산이다. 2016, 2020년에 트럼프를 찍었지만 의회의사당 난입사태로 충격을 받고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톰 씨는 "관세는 세금"이라고 잘라 말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혼란스럽고 극단적” 비판

주유소에서 만난 GM에 근무한다는 한 남성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는 하는데 지금 정책은 좀 극단적이고 혼란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큰 그림이 있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지 잘 모르겠다”면서 “정확히 관세율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체결국에 대해 관세를 적용했다 유예한 데 이어 상호관세를 도입했다가 90일 유예(중국 제외)하는 등 ‘갈 지(之)자 관세정책’을 쓰고 있다.

모종매장에서 만난 80대 노인은 트럼프를 줄곧 지지했다면서도 “물가가 벌써 많이 올라서 그의 관세정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한동안의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엔지니어인 댄 퍼레이노 씨는 “이 지역은 원래 제조업 관련 시설이 훨씬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비어 있거나 마리화나 재배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조치로 물가가 오르고,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흐름을 바꿀 방법이 있어야 한다”면서 “어떻든 현상유지보단 나은 선택”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자업체에 다니는 킴 알렉산드라 씨(60)는 “어떤 변화도 조정기간을 필요로 한다”면서 “고통스러워도 필요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에서 만난 댄 퍼레이노 씨가 아들과 함께 저가상품점 '빌로우 파이브(Below 5)'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그는 중국산 제품이 많은 이 매장의 물건값이 오르는 등 고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난 25일 미국 미시건주에서 만난 댄 퍼레이노 씨가 아들과 함께 저가상품점 '빌로우 파이브(Below 5)'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그는 중국산 제품이 많은 이 매장의 물건값이 오르는 등 고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현상유지보다 낫다"며 관세정책을 옹호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현상유지보단 낫다” 지지도

민주당 지지자나 부동층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한층 강해진 분위기였다. 2016년과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지만 선거 불복과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에 실망해 작년에는 그를 찍지 않았다는 중년 남성 톰은 “관세는 세금”이라고 단정하면서 “사람들은 그게 세금이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하드웨어 매장 관리자인 데이비드 씨(61)는 자신이 근무하는 매장에서 “이미 못과 같이 기초적인 물건 값이 관세 탓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년간 관세에 대해 헛소리를 해 왔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면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미시건주에서 지난 25일 만난 데이비드 씨(61)는 정치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즐긴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그는 관세정책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물가가 이미 많이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미국 미시건주에서 지난 25일 만난 데이비드 씨(61)는 정치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즐긴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그는 관세정책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물가가 이미 많이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지난 주 기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여론조사기관별로 43~49% 수준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의 비중이 더 높았다. 가장 최근 조사인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21~24일 913명 유권자 대상)에서는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 비중이 54%로 긍정평가(42%)를 훨씬 웃돌았다.

관세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트럼프 정부 전반에 대한 지지도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응답한 이들(50%)이 개선시켰다는 응답(21%)을 크게 앞섰다.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도를 넘었다”고 답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무역에서 대부분 혜택을 본다는 답변도 68%였다.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답변은 61%였다.

미국 미시건주 매컴카운티 로위스 매장 앞에 '메이드 인 USA'를 써붙인 농기계가 진열돼 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미국 미시건주 매컴카운티 로위스 매장 앞에 '메이드 인 USA'를 써붙인 농기계가 진열돼 있다. /매컴=이상은 특파원

매컴(미시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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