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더블헤더 도중 트레이드가 성사돼 한순간에 동료가 적이 되는 진기한 일이 벌어졌다.
![]() |
더블헤더 도중 트레이드 통보를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옛동료들에게 공을 던지는 세란토니 도밍게스. 사진=AFPBBNews |
주인공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우완투수 세란토니 도밍게스(30)다. 도밍게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대 토론토 블루제이스 경기에서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런데 경기 도중 볼티모어와 토론토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볼티모어는 마이너리그 오른손 투수 후아론 와츠-브라운과 현금을 받고 도밍게스를 토론토에 보냈다.
보통 선수가 경기 중 트레이드 통보를 받으면 짐을 싼 뒤 동료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새 팀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기장을 떠난다. 상황에 따라선 항공편을 통해 긴 시간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팀 합류에 이틀 이상 걸릴 때도 있다.
하지만 도밍게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더블헤더 1차전이 끝난 뒤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도밍게스는 1루 쪽 홈 더그아웃에서 3루 쪽 원정 더그아웃으로 걸어가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MLB닷컴은 “도밍게스는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이적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도밍게스는 트레이드 직후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더블헤더 2차전에 등판했다. 잠시 전까지 동료였던 볼티모어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뿌렸다.
도밍게스는 2-2로 맞선 7회말 토론토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긴 했지만 최고 158㎞에 이르는 강속구를 앞세워 이닝을 마무리했다.
도밍게스는 MLB 통산 성적은 299경기에 등판, 21승 22패 40세이브 71홀드,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중인 수준급 구원투수다. 올 시즌도 44경기에 나와 2승 3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 중이다.
토론토는 도밍게스의 깔끔한 이적 신고식에도 불구, 더블헤더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1차전에서 4-16으로 대패한 데 이어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토론토는 올 시즌 63승 46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구 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불펜진이 흔들리면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더블헤더 도중 상대팀 투수를 데려올 만큼 불펜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MLB닷컴은 “이날 더블헤더 1차전 패배로 토론토는 불펜 강화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라이언 헬슬리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밍게스는 경기 후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오늘 정말 정신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볼티모어를 위해 경기를 치렀는데 더블헤더 첫 게임이 끝나고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다른 더그아웃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볼티모어 팀이 내게 기회를 줘 정말 기쁘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마침 도밍게스와 트레이드된 토론토 유망주 와츠-브라운도 마이너리그 더블A 경기 도중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마침 경기를 치른 상대팀이 볼티모어 산하 팀이었기 때문에 더그아웃을 가로질러 가는 것으로 트레이드 절차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