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MBK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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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이어 일본 기업을 인수하고 있어서다. 사모펀드가 일본 기업 경영권을 갖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일본에서 한국계 자본이 그런다는 건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업체를 인수하려다 포기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상반된 한·일 내 움직임

[데스크칼럼] MBK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

MBK는 일본 기류가 바뀐 것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초 노인 요양 서비스 회사인 히토와를 손에 넣은 데 이어 비타민 영양제로 유명한 아리나민제약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어 옛 후지쓰 자회사인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 FICT를 사들였다. 자동차 부품사인 마렐리홀딩스와 빌딩관리 업체 JBRS 인수도 성공했다. 지난해에만 일본 기업 인수에 쓴 돈이 2조원에 달했다.

한국 내 움직임은 다르다. 지난해 4월 의약품 유통사 지오영을 품에 안고 올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것 정도가 MBK 행보의 전부다. 올해 인수합병(M&A) 최대어였던 CJ제일제당과 SK실트론 인수전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를 파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MBK의 한국 M&A 전략이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홈플러스와 고려아연 사태로 MBK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지면 MBK가 주요 활동 무대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MBK가 지난달 일본 공작기계 회사인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마키노)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마키노는 세계 5위 공작기계 업체로 그동안 MBK가 경영권을 얻은 일본 내수 기업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MBK가 계획대로 마키노 주식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마키노 인수에만 2조4000억원가량을 투입하게 된다. 지난해 5개 일본 기업을 인수한 데 쓴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마키노에 쓰는 셈이다.

경쟁업체 잇따라 인수

마키노는 세계 1위 모터 제조사인 일본 니덱이 적대적 M&A를 통해서라도 인수하겠다며 탐내는 회사였다. 그럼에도 마키노가 자국 기업인 니덱 대신 MBK를 택한 건 MBK의 과거 이력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MBK는 2016년 1조1300억원을 주고 옛 대우공작기계의 후신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 부문(현 DN솔루션즈)을 인수했다. 5년간 경영하다 2021년 DN오토모티브에 2조4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MBK의 이런 경험이 회사 경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마키노 측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키노와 MBK의 결합은 한국 최대 공작기계 업체인 DN솔루션즈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두 회사가 한정된 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DN솔루션즈와 5위 마키노의 주력 제품과 시장은 거의 일치한다. 이런 상황에서 DN솔루션즈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MBK가 마키노를 인수하면 DN솔루션즈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공작기계업계가 MBK의 행보를 유심히 보는 이유다. 공작기계 업종이 제조업을 떠받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새 정부와 정치권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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