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비스는 현지 데이터의 질과 규제 환경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단순히 기술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파악해 유연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LMU)의 데이비드 최 교수(사진)은 미국 창업 생태계의 핵심 인물이다. LMU 창업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을 중심으로 창업 교육과 연구를 이끌고 있다. 기술 혁신을 넘어 창업가 정신과 비즈니스 모델(BM), 윤리적 가치가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왔다. 장용석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교수와 함께 ‘한경 글로벌 AI 스타트업 사례 연구’를 공동 진행했다.
최 교수는 1일 한경 인터뷰에서 “한국 AI 스타트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풀과 빠른 시장 적응력을 갖췄다”며 “기술 수준만큼이나 기업가 정신이 강한 팀이 많다”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 공식을 해외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려다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얘기다.
그는 기업들이 AI를 산업 현장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상용화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도 사업 설계 단계의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한국형 성공을 글로벌 성공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처음부터 유연하게 확장 가능한 구조를 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론 현지 전문가를 채용해 해외 시장의 구매 결정 구조와 신뢰 형성 방식을 이해하고 BM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AI 같은 혁신 비즈니스는 국내 사업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내수에 머물면 역량이 정체되고, 결국 글로벌 기업에 대체된다”고 했다. 과거 국내에서 큰 존재감이 있던 플랫폼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이 지금은 사라진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AI 스타트업이 내수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비즈니스 모델의 표준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적의 실험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글로벌 BM 파트너십 및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국 스타트업이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미국의 계약 구조 등 복잡한 해외 규제를 초기부터 완벽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문 컨설팅 바우처를 제공해야 한다”며 “또 산업별 글로벌 빅 플레이어와의 PoC(기술 검증) 기회를 적극적으로 연결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은 이미 훌륭한 엔진을 갖췄다”며 “필요한 건 그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릴 글로벌 트랙을 설계하고, 그 위에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규제의 족쇄를 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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