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가 빡빡한 맨유는 UEL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더라도 성대한 카퍼레이드를 하지 않고 선수단과 직원들이 함께 하는 조촐한 바비큐 파디를 열기로 했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SNS
돈이 없긴 정말 없나보다.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려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를 제패하더라도 성대한 우승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맨유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또 다른 클럽인 토트넘과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UEL 결승전 단판승부를 펼친다. 극도로 부진했던 이번 시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타이틀이 몹시도 간절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문제다.
BBC와 데일리메일 등 영국 주요매체들은 13일(한국시간) “맨유가 UEL 타이틀을 손에 넣더라도 조촐한 바바큐 파티만 열기로 했다. 맨체스터의 캐링턴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과 직원들이 함께 하는 작은 연회가 전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연히 카퍼레이드도 현재로선 예정에 없다. 선수단 전체가 지붕이 없는 대형버스에 탑승해 도심 곳곳을 누비는 버스 퍼레이드는 우승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로 볼 수 있으나 이번에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좀더 냉정히 말하면 ‘하지 못할’ 것 같다.
리그컵을 제패한 뉴캐슬이 이미 카퍼레이드를 했고, EPL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한 리버풀은 물론, 토트넘도 UEL 우승시 이달 말 버스 퍼레이드를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으나 맨유는 꿈조차 꾸지 못한다.
심지어 맨유는 900여명의 직원들에게 경기 무료티켓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선 모든 직원들의 경기 티켓은 물론, 항공권과 숙박까지 제공했으나 이번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런데 입장권만 없는 건 아니다. 맨유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빌바오 현장이 아닌, 시내 모처에서 ‘뷰잉 파티’를 열기로 했는데, 초대 손님은 직원당 1명으로 제한됐고 맥주 등 제공되는 음료도 2잔까지만 무료다. 토트넘이 직원 700명 모두에게 무료 티켓을 전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맨유의 재정은 굉장히 좋지 않다. 누적 부채와 은행이자만 10억 파운드(약 1조8500억 원)에 이른다. 최근 후벵 아모림 맨유 감독이 “바뀌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며 강한 자아비판을 한 배경에도 빡빡한 살림살이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이렇듯 선수단 사기진작을 위해 아무런 계획조차 없는 맨유이지만 ‘돈벌이’엔 누구보다 충실하다. 맨유는 UEL 결승전을 치른 뒤 26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애스턴빌라와 EPL 최종전을 갖자마자 출국길에 올라 홍콩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애프터시즌 투어 2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그 중 한경기가 김상식 베트남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올스타팀과의 만남이다.
살림살이가 빡빡한 맨유는 UEL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더라도 성대한 카퍼레이드를 하지 않고 선수단과 직원들이 함께 하는 조촐한 바비큐 파디를 열기로 했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SNS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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