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이현우]22대 국회 후반기, 협치 복원할 때다

6 hours ago 2

전반기 판박이 된 후반기 국회 원구성 파행
더불어민주당 독주-국민의힘 대응책 부재
합의 대신 강행 처리, 국회 불신 더욱 커져
양보와 타협으로 협치 복원 노력 서둘러야

이현우 서강대 석학교수

이현우 서강대 석학교수
22대 국회 후반기도 어김없이 여야의 강한 충돌 속에 출발했다. 전반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하고,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직은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 뒀다.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면 남은 위원장직마저 민주당이 차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였다. 여기에 더해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은 조속한 국회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임위원회에 직권으로 배정했다. 2주 뒤 국민의힘은 남은 7개 상임위원장직을 수용하고 소속 의원들을 상임위에 다시 배치하며 원구성을 마무리했다.

후반기 원구성 과정은 놀랍도록 전반기와 판박이다. 후반기에도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7개 위원장직을 국민의힘 몫으로 배분했다. 조정식 국회의장 역시 우 의장과 마찬가지로 직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임위에 배정했다. 국민의힘은 ‘원구성 폭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결국 전반기와 같은 방식으로 원구성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개원 때는 총선 과정에서 쌓인 상호 비방의 앙금이 남아 있었고, 새 원내 지도부 사이의 기 싸움도 치열해 여야의 양보와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의석 구도에 변화가 없고, 지난 2년간 국회를 함께 운영해 온 경험도 쌓였다. 거대 양당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타협을 바탕으로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대통령의 국정과제 완수를 명분으로 전반기보다 더 독단적인 국회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무기인 필리버스터의 요건을 강화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공언했다. 180석을 넘는 범여권이 이 제도를 더 신속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수당의 일방적 횡포를 막고 소수 배려에 기반한 합의 운영을 지향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시 다수결의 횡포가 지배하는 국회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에서는 합의에 따른 만장일치가 오랜 관행적 의사결정 방식이었다. 이의가 제기됐는데도 표결로 강행 처리한 사례는 드물었다. 18대 국회 44건, 19대 10건, 20대 7건에 그쳤다. 그런데 21대에 61건으로 늘더니 22대 전반기에는 무려 320건으로 폭증했다. 대부분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지만, 일부는 국민의힘이 타협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지난 2년간 여야의 합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 결과 22대 국회 전반기에는 여야가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는 긍정적 경험을 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굴복시키려는 배제 전략에 치중했고, 후반기 초반부터 독단적 국회 운영을 위한 정지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소수정당의 불리함을 극복하려는 고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상됐던 민주당 주도의 원구성에 대응할 전략이 있었다면, 전반기와 똑같은 상황에 다시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본회의와 상임위에 불참하는 소극적 저항은 오래갈 수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4월 실시한 ‘2026년 상반기 헌법기관 역할수행평가’에서 국회에 대한 긍정 평가는 22%에 그쳤다. 조사 대상 10개 헌법기관 가운데 꼴찌다. 대통령과 행정각부에 대한 긍정 평가가 각각 63%와 45%인 것과 견주면 초라한 성적이다. 국제 비교도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4년 발표한 30개국 대상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 국회의 신뢰도는 20.6%로, 28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국회에서 정당 간 대립의 경험이 정당 관계를 더욱 적대적으로 만드는 악순환은, 국민의 국회 신뢰도 하락과 현직 의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의원들도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 주고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강성 지지자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양보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의 과정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독단으로 밀어붙이는 국회든,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정략이든 모두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갈 뿐이다.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통합되는 정치의 본질적 기능은 국회라는 논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8년 차기 총선에서 유권자가 의원을 평가하는 핵심 근거는 후반기 2년의 국회 활동이다. 누가 민생을 챙겼고 누가 권력을 위한 정쟁에 매달렸는지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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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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