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도림’(桃林) 이름은 같았지만 식탁 위 풍경은 달랐다. 정통 중식을 지향하는 롯데호텔 서울의 ‘도림’은 깊고 묵직한 고전의 매력이 느껴졌다면 롯데호텔 월드의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은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돋보였다. 같은 브랜드로 서로 다른 개성을 내세운 두 중식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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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 서울 '도림'의 대표 메뉴인 불도장(위)과 롯데호텔 월드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의 대표 메뉴인 북경오리. (사진=경계영 기자) |
도림은 중국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온 이상향, 무릉도원에서 유래됐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미식과 품격 있는 시간을 선사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도림은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 1979년 처음 문을 연 이후 롯데호텔 월드·부산·양곤(미얀마)으로 뻗어나갔다. 롯데호텔은 조리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도림의 브랜드 헤리티지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호텔 입지와 고객 특성에 따라 콘셉트를 차별화했다.
묵직한 고전의 품격, 롯데호텔 서울 도림
먼저 방문한 곳은 도림이었다. 롯데호텔 서울 37층에 위치해 서울 도심과 북한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짙은 원목으로 마감돼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였다. 평일 낮 시간대 방문하니 비즈니스 미팅차 방문한, 넥타이를 맨 직장인이 상당수 보였다.
김준호 도림 조리장은 “모든 메뉴가 시그니처”라고 자신했지만 그래도 대표 메뉴는 ‘고법 불도장’이다. 불도장은 황금사·건전복·해삼·송이·스지·닭·배추·은행·건가리비·생선부레·모렐·표고 등 12가지 진귀한 식재료를 중식의 고급 육수인 상탕과 함께 100℃의 찜기에서 4시간가량 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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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37층에 위치한 도림에서 내려다 본 모습. (사진=경계영 기자) |
검정 도기에 담긴 불도장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릇의 뚜껑을 열고 국물을 한 입 떠먹자 약선 요리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졌고, 몇 술 뜨다보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불도장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오래 고아낸 만큼 전복, 해삼, 닭고기 등이 부드럽게 씹혔다. 양은 성인 남성도 한 그릇을 온전히 비우면 배가 찰 것 같았다.
‘바닷가재 마파두부’와 ‘해황 대게살 수프’도 도림만의 차별화 메뉴다. 바닷가재 마파두부는 비단두부의 부드러움과 바닷가재의 탱글함이 조화로운 식감을 내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마라가 매운 맛을 더했다. 해황 대게살 수프는 게살과 당근을 주 원료로 개발한 게살 비스크 소스를 기반으로 한다. 닭육수와 게살을 넣은 통상의 게살 수프에 비해 당근의 단맛이 올라와 달큰쌉싸름함을 맛볼 수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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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의 도림이 차별화한 메뉴인 '해황 대게살 수프'(위)와 '바닷가재 마파두부'. (사진=경계영 기자) |
젊고 감각적인 롯데호텔 월드 도림 더 칸톤 테이블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 32층에 있다. 2023년 재단장을 거치며 밝고 부드러운 뉴트럴 톤의 목재와 대리석이 조화돼 세련되고 젊은 감각의 현대적 모습으로 꾸며졌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창가 자리는 예약 고객의 문의가 먼저 몰리는 인기 좌석이다. 주말 낮 시간대에 방문하다보니 아이와 함께 온 부모나 연인 등이 많았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식기 분위기도 달랐다. 정통 중식당을 표방하는 도림은 상아색 계열 도기로 통일감을 유지하는 데 비해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은 다채로운 색감을 살린 도기와 유기 그릇을 활용해 감각적 다이닝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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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 32층에 있는 도림 더 칸톤 테이블 창가 좌석에서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사진=경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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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 서울 도림의 기본 상차림(위)와 롯데호텔 월드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의 기본 상차림. (사진=경계영 기자) |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의 대표 메뉴는 북경오리다. 국내산 오리를 쉬해동 셰프가 원나라부터 전해진 베이징의 전통 방식 그대로 구운 것이 특징이다. 특제 소스를 여러 번 발라 저온에서 12시간 이상 말리고 숙성시킨 후 전용 화덕에 구워내야 해 하루 전에 미리 주문하는 것이 필수다.
북경오리는 셰프가 직접 테이블에 와서 플람베(Flambe·도수 높은 술을 부은 후 순간적으로 불을 붙이는 조리 기술)를 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오리 잡내를 날리려는 플람베는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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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림 더 칸톤 테이블에서 셰프가 북경오리 플람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
북경오리엔 세 가지 소스가 제공된다. 설탕은 북경오리 껍질을, 매실청은 북경오리 살코기를 각각 찍어먹고 콩을 발효한 첨면장은 밀 전병과 북경오리, 파채, 오이 등을 넣고 싸먹을 때 넣는 것을 추천 받았다. 북경오리 껍질은 공기층이 있어 도톰한 편이었다. 씹으면 바삭한 식감과 동시에 공기층 사이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면서 고소함이 극대화했다. 북경오리를 싸먹는 밀 전병이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찜기에 담겨져 나온 점이 좋았다. 갓 찐 밀 전병은 촉촉하면서도 찰기가 있어 북경오리 쌈의 식감을 더했다.
북경오리를 주문한 고객은 추가 비용을 내면 △백채 북경오리탕 △크리스피 오리볶음밥 △북경오리 상추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겨울엔 탕이, 여름엔 밥과 쌈이 각각 인기를 끈다고 한다. 오리탕은 오리 뼈를 깊게 우린 맑은 국물에 비단 두부, 비타민, 오이, 버섯 등이 들어가있었다. 오이가 들어가서인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매력적이었다.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 미식의 일관성
이들 두 도림은 각각의 개성에 맞춰 대표 메뉴를 차별화하면서도 미식 경험을 일관적으로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합 레시피를 운영해 기본 소스 레시피는 동일하지만 가니시, 디스플레이 등으로 같지만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공통적으로 판매하는 메뉴 가운데 ‘팔진냉면’과 ‘시그니처 딤섬’ 4종을 맛봤다. 여름 계절메뉴인 팔진냉면은 진강식초를 사용한 도림만의 대표 육수가 들어간다. 은은한 고기 육수는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과 비슷했다. 오향장육·갓김치·해파리냉채·전복·오골계알 등이 올라가는 건 같지만 롯데호텔 서울 도림의 경우 해삼이 추가된다.
시그니처 딤섬은 하가우·송로분과·샤오마이 3종이 동일하게 구성되지만 춘권의 경우 도림은 부용(새우) 춘권을,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은 돼지고기 춘권을 각각 제공한다. 도림의 송로분과엔 트러플을 얹는 것도 다른 점이다. 두 중식당 간 맛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공간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어른을 모시고 가기엔 정통성과 헤리티지가 묻어나는 도림이 좀더 적합해보였다. 실제 도림은 주말엔 가족 모임이, 평일엔 비즈니스 미팅이 각각 많이 이뤄진다고 한다. 모던 다이닝을 표방한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은 데이트 하는 연인이나 트렌디한 미식을 즐기는 20·30대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선택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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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 서울(위)과 롯데호텔 월드 도림이 각각 판매하는 팔진냉면. (사진=경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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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 서울(위)과 롯데호텔 월드 도림이 각각 판매하는 시그니처 딤섬. (사진=경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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