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브로크백 마운틴' 개막
산지서 만난 동성커플 이야기
소설·영화 이어 한국서 초연
"넌 나한테 너무 큰 존재야… 차라리 널 끊어내는 법을 알았더라면."
떠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두 남성의 사랑을 담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대사다.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못하는 두 카우보이의 지독한 사랑을 그렸다.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남은 이 작품이 이번엔 연극으로 처음 한국 관객을 찾는다.
연극 '브로크백 마운틴'은 오는 23일부터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개막한다. 미국 작가 애니 프루가 1997년 발표한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으로, 애슐리 로빈슨이 극본을, 영국 뮤지컬 '에브리바디스 토킹 어바웃 제이미'의 댄 길레스피 셀스가 음악을 맡았다.
소설보다도 이안 감독의 2005년 동명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63년 여름 와이오밍의 고산지대에서 양떼를 돌보게 된 두 청년 에니스와 잭은 외로운 산속에서 동고동락하며 낯선 감정에 빠져든다. 짧은 방목철이 끝난 뒤 각자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만, 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후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한다. 보수적인 와이오밍에서 이들의 사랑은 그 어디로도 향하지 못한 채 막다른 길을 맞이한다.
영화는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을 앞세워 아카데미 감독상·각색상·음악상을 받았고, 동성 간 사랑을 주류 영화의 한복판으로 끌어온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과를 거뒀다. 무대화는 2023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이뤄졌다. 무대로 옮겨오면서 작품은 회상의 형식을 앞세웠다. 늙고 술에 의지해 살아가는 중년의 에니스가 가장 강렬했던 시절을 되짚는다.
이번 무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건 음악이다. 컨트리·아메리카나풍의 라이브 음악은 1960년대 와이오밍의 정서를 실감 나게 살린다. 황량한 서부의 풍경뿐 아니라 함께한 시간보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보낸 시간이 더 길었던 에니스와 잭, 두 사람의 쓸쓸한 관계도 함께 비춘다.
한국 초연 연출은 변영진이 맡았다. 변 연출은 2026년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후보에 오른 연극 '장소'를 비롯해 뮤지컬 '인화', 연극 '얼떨결에 종언'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 등을 선보였다. 캐스팅은 더블·트리플로 꾸려졌다.
회상을 이끄는 중년 에니스 역에 정상훈과 이상홍이, 보수적인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에니스 델마 역에 주민진과 홍승안이 나선다. 잭 트위스트 역은 정휘와 윤소호가 맡는다. 공연은 9월 6일까지.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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