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돌아온 '베토벤'
이번엔 '창작 뮤지컬'로
박효신, 미성의 고음 연기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그는 끝내 환희를 써냈어요."
3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창작 뮤지컬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는 한 예술가의 고독과 집념을 무대 한가운데로 끌어올렸다. 사랑 이야기를 걷어낸 자리에 인간 베토벤의 내면을 채워 넣으며 한층 더 단단해진 작품성으로 관객을 맞았다.
작품은 1810년 빈을 배경으로,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으려 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삶을 그린다. 베토벤은 귀족 사회의 조롱, 동생 카스파와의 갈등 속에 점차 고립된다. 음악적 영감을 잃은 지 오래인 데다 조여오는 생활고와 깊어지는 병세가 그를 벼랑 끝으로 몬다. 자신을 이해하는 벗 안토니 브렌타노의 지지로 다시 일어서려 하지만, 청력 상실이 세상에 알려지며 또 한 번 절망에 빠진다. 과연 음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극은 베토벤의 내면에 바짝 붙어 그 과정을 따라간다.
초연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호불호가 갈렸던 베토벤과 안토니의 불륜 서사를 걷어낸 데 있다. 두 사람의 멜로 비중을 덜어내고 안토니를 연인이 아니라 영혼을 나누는 벗이자 음악적 영감을 주는 조력자로 다시 빚었다. 초연 당시 욕조 장면이나 '엘리제를 위하여'처럼 몰입을 흩뜨린다고 지적받은 장면 역시 대거 정리됐다.
음악도 절반 가까이 새로 짰다. '월광' '비창' '열정' 소나타와 교향곡 9번 '합창' 같은 원곡의 선율은 살리되, 과하다는 평을 들었던 리프라이즈를 줄이고 작곡·오케스트레이션을 맡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 비중을 키웠다. 익숙한 명곡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해 처음 보는 관객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는 강점은 그대로 유지됐다.
러닝타임을 인터미션 포함 155분으로 다듬어 전개 속도를 끌어올린 점도 장점이다. 연출의 힘은 청력 상실을 감각으로 옮기는 대목에서 두드러진다. 베토벤의 시점에서 들리는 이명과 먹먹한 소음을 음향으로 구현해 고통과 고립감을 관객의 귀로 직접 전한다.
극의 엔딩이자 클라이맥스인 '환희의 송가' 합창 장면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객석의 환호를 듣지 못한 채 등을 돌리고 있던 베토벤을 안토니가 돌려세우고, 그제야 자기 음악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순간의 정서는 절망을 넘어선 환희에 가닿는다. 이때 관객은 역사 속 '환희의 송가'를 처음 들었던 빈의 청중이 돼 베토벤에게 격려의 박수를 몸소 보내게 된다. 관람 당시 관객들은 베토벤이 돌아보자 더 큰 박수갈채를 보내며 감화된 모습을 보였다.
베토벤 역의 박효신은 안정적인 미성의 고음으로 가혹한 운명 앞에 흔들리는 한 인간의 나약함과 쓸쓸함을 눌러 담은 호소력으로 전했다. 당대 복식을 재현한 장발 차림으로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장면들도 시선을 끈다.
공연은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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