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가 생애 처음으로 디 오픈 정상에 선 뒤 우승자에게 주는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포트러시(영 북아일랜드) | AP뉴시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디 오픈도 접수하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US오픈만을 남겨뒀다.
셰플러는 21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제153회 디 오픈(총상금 1700만 달러·236억 원) 패권을 차지했다.
4타 차 단독 1위로 출발한 셰플러는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대회에서 최근 10연승을 거뒀던 뚝심을 앞세워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3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해리스 잉글리시(미국․13언더파)를 4타 차로 따돌렸다. 올 시즌 4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7승째이자 지난 5월 PGA 챔피언십에 이은 이번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 2022년과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이미 정상에 올랐던 셰플러의 메이저 우승도 4회로 늘어났다. 이제 셰플러는 US오픈에서 정상에 서면 세계에서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우리는 셰플러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셰플러는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수년간 PGA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7승, 이번 시즌 4승 등 최근 2년 동안 35개 대회에 출전해 11승을 챙기며 우승확률 31%를 기록한 셰플러는 11승 중 3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하며 현존 최고의 선수임을 재차 입증했다. 올해 참가한 15개 대회에서 13번 톱10에 올랐고, 이번 대회까지 11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하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이번 시즌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마스터스에서 4위를 차지했고 US오픈에서는 공동 7위에 오른 바 있다.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세계랭킹 1위 신분으로 디 오픈 정상에 오른 두 번째 선수가 된 셰플러는 310만 달러(43억 원)의 우승 상금을 챙겨 시즌 상금이 1920만 달러로 늘어나 3시즌 연속 상금 2000만 달러 돌파도 예약했다. 시즌 3승을 거둔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올해의 선수 경쟁에서도 절대 유리한 입지에 올랐다.
스코티 셰플러가 생애 처음으로 디 오픈 정상에 선 뒤 우승자에게 주는 클라레 저그를 앞에 두고 18번 홀 그린에서 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트러시(영 북아일랜드) | AP뉴시스
18번(파4) 홀 그린에 올라 퍼트를 준비할 때부터 눈가에 눈물이 고였던 셰플러는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한 뒤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세계 최고 역사 골프대회 우승을 자축한 뒤 아들을 안고 그린으로 나온 아내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뒀다.
셰플러는 “우승을 확정 짓고 18번 홀을 걸어 올라가는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정말 멋진 느낌”이라고 감격해했다. “우승을 하려면 노력뿐 아니라 엄청난 인내심도 필요하다. 72홀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회는 정신적으로 내가 치른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정말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향에서 우승에 도전했던 매킬로이는 ‘디펜딩 챔피언’ 잰더 쇼플리(미국)와 함께 합계 10언더파 공동 7위에 자리했고, 한국 선수 중 홀로 컷을 통과한 임성재(27)는 이븐파 공동 52위에 그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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